대구.경북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 및 직접 투자가 잇따르면서 지역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해외진출업체들은 표면적으로는 '글로벌경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의 악화된 기업활동 여건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는 일반적 분석이다.
실제 국내의 기업활동 여건은 고임금, 3D업종 인력난, 정부의 지속적인 간섭과 규제, 무역장벽에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사분규 등으로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 및 투자 건수는 56건으로 2001년 32건에 비해 배 가량 급증했고 올해도 4월 현재까지 30건에 달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의 역내 신규 생산설비 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황이지만 LG전자, 삼성전자, 포스코 등의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현지법인 설립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다. 구미공단내 대형 화섬업체들도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을 중국에만 집중, 탈대구.경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해외공장 설립이 가장 활발한 부문은 자동차부품업으로 99년 1건, 2001년 3건에서 지난해엔 12건으로 늘어났고 올 들어서도 투자 확대 및 해외 현지 공장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부품업종의 해외 진출은 중국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자동차 잠금장치류를 생산하는 ㅍ사는 지난해 5월 중국 태창시에 100만달러를 단독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서보 프레임 업체인 ㅎ사도 지난해 11월 중국 북경 흥곡공업개발지구에 공장을 임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방진제품을 생산하는 ㅍ산업이 지난 2월 총 1천2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천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헤드램프 및 새시류를 생산하는 ㅅ사도 올해 안으로 중국 호북성 십언시에 1만4천평 규모의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90년대 초 러시를 이뤘다 잇따른 실패로 뜸해진 지역 섬유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자수업체인 ㅅ, 섬유기계업체 ㅎ사 등 4개사는 동시에 중국 산둥성 루산시로 이전할 계획을 세워두었고, ㅅ사는 이미 현지 투자법인 설립에 관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최근 산둥성 루산시 당 서기장은 대구시를 방문해 현지 투자 유치 설명회까지 열었다.
섬유업체들은 잇따른 실패에도 불구하고 중국 이전이 재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더 이상 대구에서 기업을 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3D 업종 기피에 따라 섬유 인력난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잇따른 파업으로 노조와의 임금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는 해외진출 기업과 역내진입 기업간의 불균형이 가속화, 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의 역내 유치와 국내기업활동 규제완화 등 기업환경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 규제완화 등 기업환경 개선 서둘러야
산업자원부와 생산성본부가 집계한 지난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반면 시간당 임금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선 것. 특히 전기.기계, 운송장비 등의 단위노동비용은 전년대비 30.0%, 45.5%로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 등이 발표한 작년 경제자유도에서 한국은 161개국 중 52위로 전년 대비 무려 14계단이나 추락했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 때문에 기업들이 보유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같은 악조건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해외이탈은 가속도를 얻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난징시 정부와 장쑤성 난징시에 PDP 모듈공장을 건설한다는 투자의향서 체결 인준식을 가졌다. 총 6천5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24만장의 모듈처리 능력을 지닌 PDP 모듈공장을 오는 10월에 완공, 생산 가동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3조450억원 매출에 1천470억원의 순익을 올린 삼성전자 중국 법인의 경우 올해 다시 쑤저우에 LCD법인과 PC법인을 새로 가동할 예정이며, 중국 현지법인은 모두 10개로 늘어나게 된다.
화섬업체의 경우 구미공단에 입주한 코오롱,효성,새한,한국합섬,동국무역과 고합, 한일합섬,SK케미칼 등 국내 9개 업체에서 해외 9개 국가 22개 지역에 생산법인이 진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효성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중국 저장성에 연산 4천t 규모의 스판덱스 설비 증설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나섰다. 이번 증설로 중국에 연산 9천t 규모의 스판덱스 설비를 갖추게 됐으며 오는 8월까지 2차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1만4천t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중국에 타이어코드지 공장 건설과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 중전기 및 모터 등 중공업 부문의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은 중국 난징에 6천만달러를 투자해 내년말까지 연간생산 4천t의 스판덱스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제일모직은 텐진에 종업원 800명이 연간 650만 야드의 직물을 생산하는 법인을 진출시켜 놓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중국 강소성), 순덕포항도금강판유한공사(중국 광동성), 포스네시아스테인레스스틸(인도네시아 찌가랑),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중국 청도), 미얀마포스코(미얀마 양곤) 등지에 합작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 포스코 계열의 포스렉은 포스코가 작년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산기지의 중국이전을 추진키로 했다.
철강업계는 인건비 절감 및 공장건립의 편의성 등을 들어 해외추진을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해외 이전이 중소기업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면서 탈지역 현상은 가중될 전망이다.
포스코 고위 간부는 "해외 진출의 경우 무역장벽 극복과 현지인을 채용하는데 따른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며 "그러나 기술력 유출과 세원(稅原) 이탈 및 경제전반의 체질약화 등 손해로 작용할 부분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23일 '불법파업이 계속된다면 기업은 투자축소, 대규모 감원, 작업장 해외이전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혀 해외진출이 노사갈등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조짐이다.
신규 생산설비 투자가 중단되면서 고용동향도 적색등이 켜졌다. 공식 실업률은 3%대에 머물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계속된 실업에 따른 구직 포기가 크게 늘면서 전반적인 고용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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