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와 10대의 아들이 작은 아파트로 이사온다. 인사차 주인집을 찾은 엄마는 "아들과 단 두 식구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트렁크 하나씩을 열자 그 속에서 아이들이 나온다. 모두 세아이를 트렁크에 숨겨온 엄마는 "들키면 또 쫓겨나게 돼"라면서 맏이 외엔 문밖은 물론 베란다도 출입금지 시킨다. 엄마가 출근하면 맏이만 슈퍼 등지를 다녀올 뿐 아이들은 온 종일 집안에서만 논다.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
◇ 1988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4남매 유기사건을 소재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 지난 날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1960, 70년대만 해도 한 집에 3~4명씩은 보통이고, 7~8명씩 아이들이 오글거리는 가정도 적지 않았다. 셋방살이가 훨씬 많았던 그 시절엔 집 없는 서러움 참 많이 겪었다. '내 집 마련'이 인생의 큰 목표가 되다시피한 우리네의 유난스런 주택관념은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더욱 고착화된 건 아닐까.
◇ 지난해 한국 평균 출산율 1.17명(전세계 평균 2.68명)이 말해주듯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금으로선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같은 이야기다. 이런가운데 정부가 다자녀 유도를 위한 고육지책을 들고 나왔다. 내년 1월부터 세 번 째 자녀 출산 가정을 무주택 우선순위보다 훨씬 유리한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임대주택 분양시 두 자녀 이상자에게 모든 평형에 우선분양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 기존의 아파트 특별공급은 국가유공자, 탈북주민, 5'18 유공자 등에 건설물량의 10%가 부여되고 있으나 이번에 세자녀 가정까지 포함시켰다.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선정때도 부양가족 수에 따라 부여되는 기존 가점과 별도로 자녀가 셋이면 3점, 둘이면 2점, 1명이면 1점을 추가로 부여한다고 한다.
◇ 이미 지자체 차원에서도 앞다투어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1월부터 첫째 아기는 월 3만 원, 둘째는 월 5만 원, 셋째는 월 10만 원씩을 부모에게 지급하며, 예천군도 셋째 자녀를 낳은 가정에 올해부터 100만 원씩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아이때문에 집 없는 서러움을 겪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로 달라진 요즘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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