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음'은 대구人, '몸'은 경북人

(탐사보도) 대구권 5개시·군 30% '두 집 살림'

경산, 칠곡, 성주, 고령, 청도, 영천, 군위. 대구와 승용차로 1시간 이내인 단일 생활권이다. 이곳은 대구와 같이 숨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원한다. 외지인이 이곳 사람들에게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대구'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구의 '경계인, 주변인'들이요, '마음'은 대구, '몸'은 경북이다.

영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기러기아빠'이자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영천의 고향집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와 부인의 주소는 대구다. 자녀교육 때문에 5년 전 자녀들을 대구의 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부인은 오전에는 자녀 등교, 오후에는 식당일을 위해 매일 승용차로 1시간이 넘는 대구와 영천을 오가고 있다. 김씨는 "가족 상봉은 주말에나 가능하다"며 "앞으로 5년은 더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칠곡 동명면 구덕리의 박모(44)씨는 '개발'에 '한'이 맺혀 있었다. 1968년 지은 박씨 집은 지난 32년간 3중 규제에 묶였다. 대구와 인접해 있어 73년 그린벨트에 처음 묶인 이후 85년 도시공원지구, 2003년 문화재지구로 재지정된 것. 이 중 하나라도 일단 규제에 묶이면 '내' 집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집을 새로 짓는 건 아예 불가능하고 건물 증축 때마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재팀이 지난주 경산, 칠곡, 청도, 성주, 영천 등 대구 인근 5개 시·군에서 생활하는 남녀 245명(남 146, 여 99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자녀교육, 직장, 생계를 위해 경계를 넘나들며 '두 집 살림'의 겹고통을 겪고 있었고 교통, 아파트값, 지역개발 등에서 각종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응답자 중 71.0%(174명)는 실제 살고 있는 주소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같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71명(29.0%)은 주소가 다르다고 했다.이들 71명 중 58명은 주민등록상 주소가 대구라고 했다.

특히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응답자 160명 중 자녀 학교는 대구가 55.0%(88명)로 살고 있는 지역(39.4%, 63명)보다 많았으며 대구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70.5%(62명)는 부모와 떨어져 대구에서 살고 있다.

자녀들의 주민등록상 주소도 부모와 함께인 경우는 56.9%(91명)였다. 자녀 학교를 위해 별도 이전한 지역 역시 대구가 64명으로 가장 많았다.또 응답자의 73.9%(181명)는 경계지역에 살아 더딘 지역 개발, 땅값 및 집값 불이익, 교육 기회 박탈 등 각종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외감이 가장 심한 지역은 칠곡(94.0%)이었으며 다음은 영천(82.6%), 성주(72.0%), 경산(66.1%) 등의 순이었다. 버스, 지하철, 택시 등 현재 겪고 있는 교통 불편에 대해선 지하철 노선이 없고(111명), 버스노선이 없거나 적어(103명) 불편하다고 주로 답했다.

지역별 가장 큰 교통 불편의 경우 경산은 지하철(37명), 칠곡이 버스(37명), 영천은 지하철(20명), 성주는 버스(23명), 청도가 버스(11명) 등 이었다.최우선 해결 과제(중복 응답)는 자녀교육(122명)이었으며 교통 불편(83명), 지역 개발(75명)이 그 다음이었다.

대구 편입에 대해선 62.0%(152명)가 찬성했으며 지역별로는 칠곡은 96.0%, 경산이 77.4%, 영천은 56.5%가 찬성한 반면 성주는 54.0%, 청도는 81.1%가 대구 편입을 반대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대구권팀 이홍섭·강병서·김진만·정창구·이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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