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찬·반 논란

정부가 보건의료산업 육성책으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주식회사형 병원) 허용을 검토하자 의료계가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특히 영리법인화를 요구해 온 대한병원협회와 서울의 대형병원들과 달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진보적 의사단체는 물론 자본력이 취약한 지방의 대부분 병원들은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의료산업 육성책은 △의료서비스 영리추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주식회사형 병원 설립 허용 △국민건강보험과 별도의 민간 의료보험 도입 등이다.

정부와 병원협회 등 일부 의료단체는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 해외 원정 진료 억제, 고급 의료서비스 욕구 해결 등을 위해서는 영리법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구병원 서태교 이사는 "국내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영리법인 도입이 필요하다"며 "주식이나 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이 쉽고, 환자들에게 고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의료의 자율성이 억제돼 있는 기존 의료체계의 틀을 깨기 위해선 영리법인 허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반면 진보적 성향의 의사단체들은 의료의 공공성 훼손과 의료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는 지난 14일 영리법인과 민간보험 도입 등의 정부 방침을 놓고 세미나를 가진 데 이어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오는 25일 경북대 의대에서 '의료시장 개방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노태맹 대구·경북 인의협 기획국장은 "영리법인 허용은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는 민간보험의 도입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미국처럼 의료보험의 사각지대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식 메디모아여성병원 원장은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들이 지금보다 더 거대화할 것이며, 이로 인해 중소병원이나 지방의 병원들은 경쟁력이 더욱 떨어져 의료의 서울 집중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감신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생명공학과 의료신기술 개발 등을 통한 의료의 산업화는 육성돼야 하겠지만 치료 자체를 산업화하거나 영리수단으로 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