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매매 방지법 그 후…집창촌 풍경

지난 14일 밤 10시30분 대구시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어두컴컴한 거리에는 띄엄띄엄 새어나오는 연분홍 불빛만이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수십 분이 지나도 손님의 발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리는 썰렁했다. 경찰관 2명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여기가 사창가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이곳은 이제 죽은 골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업주 김모(51)씨는 "연말이면 한창 장사가 되는 시기인데 지금은 손님이 뚝 끊겼다"라고 한탄했다. 김씨는 "잘 나갈 때는 영업을 하던 곳이 60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44곳 정도가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투명 유리 사이로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눈에 띄였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업주 이모(54)씨는 "한때 400여명에 이르던 여종업원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나 이제 겨우 130여명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런 탓에 여 종업원을 한 두명 정도만 고용하는 업소도 많다는 것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차 한 잔 하고 가라"라며 유혹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손님을 잡아끌지는 않았다. 업소 문을 지키던 40대 여성은 "손님이라곤 하루에 4,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곳에 일하는 한 아가씨는 "요즘은 넥타이를 맨 손님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뒤 손님들 중에는 단속이 두려워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에는 외국인(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위생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잘 받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자갈마당이 쇠퇴하는 틈을 다른 신종 성 유흥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몇몇 택시기사들이 자갈마당 인근 도로가에 택시를 세워놓았다가 호객 행위를 해서 칠곡이나 봉덕동에 있는 안마시술소나 원룸으로 태워준다는 것이다.

한때 자갈마당 혜택을 톡톡히 봤던 인근 상가들도 덩달아 된서리를 맞았다. 인근 미용실 주인은 "예전엔 오전 9시에 문을 열면 자갈마당 아가씨들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았던 이 곳은 이제 오후 8시만 되면 불을 끊다고 한다. 세탁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세탁소 주인은 "아가씨들이 세탁물을 맡기는 일이 거의 없어져 장사가 예전만 못 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역 맞은 편 골목. 한때 자갈마당과 함께 성 매매가 성행하던 이곳은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40대 여성들이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었다. 행인을 따라 왔다 갔다 하며 유혹을 하지만 흥정이 이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얼마냐"라며 접근한 기자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던 한 여성은 "한번에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녀는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손님이 없다"고 했다.

내놓고 영업을 해 왔던 사창가들은 성매매 방지법 시행 이후 초겨울 칼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초라하게 주눅들고 있었다. (2005년 12월 22일자 라이프매일)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 : 대구시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밤풍경. 인적이 드물다. 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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