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장-엄마 무시하는 상황 힘들어

문 : 초등학생 아이 둘을 둔 엄마입니다. 애들이 커가면서 엄마 말을 듣지 않거나 대드는 일이 자꾸 생기고 있습니다. 아빠 말이라면 꼼짝 못 하는 애들이 오히려 저희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엄마를 무시하는 상황이 참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아이들의 나이와 성장 단계에 따라 각기 달라집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엄마의 권위가 살아 있고, 어느 정도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에 엄마의 말을 잘 듣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이런 관계는 달라지게 됩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아이들도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을 '엄마의 말이 잘 안 먹혀든다'고 생각하면 서로가 어려워집니다. 다른 관점에서 관계의 변화를 봐야 합니다. 아이들의 주장이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집착이 큰 엄마일수록 자녀가 자신의 말을 잘 듣기 바라고, 그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엄마에게 달려드는 자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콤플렉스를 느끼며 자신감을 잃어버립니다. 종래에는 싸움으로 이어지고 말지요.

이럴 때는 오히려 '내가 그동안 아이를 잘 키웠구나'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가 엄마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대든다는 것은 '내가 이렇게 해도 엄마는 나를 사랑할 거야' 하는 기본적인 신뢰가 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더 조심하고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이런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 적어도 2학년 정도부터는 지시와 강압보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해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엄마의 역할도 이를 도와주는 위치로 옮겨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보다 약할 때 친구나 동반자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지, 크고 나면 이도저도 안 됩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사고하고 대화하는 방식이 엄마와 달라집니다. 이는 곧 엄마 말이 맞더라도 반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자세를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친구나 동반자로 다가서고 싶어도 아이들이 받아들지지 않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 이미 대화의 벽이 생겨 매사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엄마보다 좀 더 권위가 있는 사람, 가령 아버지를 통해 모든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워가야 합니다. 이때 아버지는 합리적이되 엄마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개입해도 잘 되지 않는다면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는 치료적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족 간의 역할과 관계 재조정을 위해 자녀가 동의할 수 있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제3자를 개입시킨다면 의외로 문제가 잘 풀릴 수도 있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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