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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곡식을 태우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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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그저께는 소만(小滿)날이었구나. 작을 소(小), 찰 만(滿)! 곧 곡식 열매에 알이 조금씩 차기 시작한다는 절기이지. 옛날에는 이 무렵이 되면 양식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단다. 나무껍질을 벗겨먹고, 풀뿌리를 캐먹기도 하였지. 그래도 먹을 것이 부족하자 진흙을 먹기까지 하였다는 구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지. 그래서 이맘때를 '보릿고개'라고 하였단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생각하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옛날 어느 곳에 매우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단다. 이 농부는 땅이 없어서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높은 언덕 위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단다. 언덕 위의 척박한 땅을 파일구어 보리를 심은 것이지.

'올해에는 그런 대로 농사가 잘 되었구나. 얼른 거두어야지. 어어, 그런데 왜 이리 어지럽지?'

보리를 베고 있던 이 농부는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단다. 언덕 위라 더 빨리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 농부는 이리저리 살펴보았지.

'큰일났다! 해일이 일어날 것 같구나. 금방이라도 몰려오겠는데……. 그런데 언덕 밑의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농부는 곧 언덕 밑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

"큰일났어요! 빨리 피하세요. 바닷물이 몰려와요!"

그러나 모두 일하기에 바빠 농부가 외치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였지.

'안되겠다. 애써 가꾼 보리이지만…….'

농부는 얼른 보릿단을 모아 노적가리를 만들었단다. 그리고는 불을 붙였지. 보릿단으로 된 노적가리는 곧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올랐지.

"아니, 언덕 위에 불이 났다. 귀한 곡식이 타고 있다."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자 언덕 밑의 사람들은 그 제서야 불을 끄러 달려왔지. 언덕을 빨리 기어오르느라 몹시 힘이 들었지. 하지만 사람들이 올라오기가 바쁘게 언덕 밑은 그만 물바다가 되고 말았단다.

"아니, 그럼 우리를 구하기 위해 이 아까운 곡식을 모두 태웠단 말이오?"

"그럼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못 알아들으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농부를 칭찬하였지. 농부는 애써지은 농사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는 마음에 아깝지가 않았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도 자기 일만 한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그만 물에 휩쓸려가고 말았단다.

이 이야기는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남을 도우면 그것이 곧 자기를 위하는 길이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구나. 얘야, 지금도 어느 언덕 밑 마을에는 보리가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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