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개그맨 이봉원

KBS 폭소클럽2 녹화장. 대기실 입구에는 출연자 이봉원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분장실 안에는 대본만 놓여 진 채 주인은 없다. 공개홀로 들어섰다. 큐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박수소리가 홀 안을 가득 메운다. 그가 진행하는 '이주일의 만평' 코너가 끝나자 낯익은 성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자~ 여러분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우산을 들어 주세요." 그가 분장을 지우면서 출연자 대기실로 걸어 내려오는데 갑자기 불이 켜진다. 이어 경쾌한 생일 축하 음악이 흐르고, 후배 개그맨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선배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봉원은 이날 45번째 생일을 맞았다.

분장실 안으로 들어가 둘이 마주보고 앉자 그의 시선이 위쪽에 걸려있는 방송모니터로 향한다. 그가 맡아서 진행하는 코너는 고(故) 이주일 선생의 캐릭터를 그대로 본 따서 시사 만평을 하는 것. 두터운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일단 와보시라니깐요~"라고 하는 이주일 선생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이주일 선생님의 분신을 빌어서 시사만평을 하는 거죠.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사회현상을 있는 그대로 옮기려고 해요. 그 분도 한 때는 정치인이셨으니까 직접적인 묘사를 하려고 합니다. "

그는 모방적인 캐릭터 연기에도 단순 흉내와 세밀한 분석에서 표현되는 인물묘사와는 그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캐릭터의 단순 흉내는 연기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고민하고 분석해서 표현하는 코미디 연기와는 차이가 있죠. 이미지는 같아 보이지만 단순한 흉내로 보기는 어렵죠."

1984년도에 KBS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그는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코미디프로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같은 코미디 연기를 표현해도 그의 캐릭터는 탄탄한 연기가 뒷받침돼 새로운 희극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제일 중요한데, 그게 가능해지려면 연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코미디 연기를 익숙하게 해내는 후배들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을 하면서 이어간다. "요즘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코너들이 많아졌어요. 30~40초 개그코너는 한계가 있습니다. 코미디는 말의 재미보다는 콩트로 전달되는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잖아요. 눈물, 콧물 쏙 빼놓을 수 있는 게 코미디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는 그만큼 콩트코너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한참 활동할 무렵, 코미디 연출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었다.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연출을 해 보고 싶었죠. 동시대에 적합한 코미디 프로를 개발하고 시도해 보고 싶었고요."

이 시절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마음을 비우고 철저하게 학생 신분으로 많은 것을 담고 느꼈던 제2 의 인생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의 아내 박미선 씨에게 고마움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돌아온 후에는 코미디 프로그램개발을 위해 프로덕션을 설립해 직접 연출도 하고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후배들의 연기 지도도 직접 했다. 처음 코미디를 했을 때가 그리웠는지 분위기가 무거워 졌다. "우리 때만 해도 데뷔해서 1, 2년은 단역만 했어요. 선배들이 출연하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연습했어요. 대본이 시커멓게 될 정도로 도움 될 만 한 건 다 적었지요. 대본이 교재였던 셈이죠. 배역을 맡기 위해 눈물 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많이 웃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가 껄껄 웃더니 "관심을 갖되 마음을 비우세요.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꼭 가지세요. 안 그러면 우울해 진다니까요. 그래야 웃을 수 있습니다."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김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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