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누구를 위한 문화예술인가

이제 곧 12월이 오면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수험생들과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주 가깝게는 얼마 전에 이미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도 공연을 가졌다.

발레하면 떠오르는 차이코프스키의 또 다른 명작 '백조의 호수'는 영국의 유명한 젊은 안무가 매튜 본에 의해 남자 발레리노들만으로 꾸며진, 그야말로 21세기적인 아방가르드 안무로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가졌고 TV 공영 CF에서도 공연 장면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을 위한 수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 중에서 '교육적 차원'이라는 반 강제적인 동원이 아니라면 과연 공연장을 찾아올 자발적인 청소년들이 얼마나 될까. 이제는 문화예술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연하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왔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어떤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하고 싶어하는지….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만 준비된 이른바 '교육적' 목적의 문화나 예술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이젠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문화를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그들이 원하는 문화는 어떤 것이고 그들이 배우고 싶은 예술은 어떤 것들인지를!

진정 스스로 즐길 수 없는 문화나 예술은 지금 우리들처럼 그 문화예술의 가격으로서나 나의 문화예술 享受(향수) 척도를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젠 그런 문화예술 교육은 지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물어보자,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느끼고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문화예술은 어떤 것들인지를….

이병배(첼리스트·대구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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