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본사 신춘문예 12일 마감…마무리 이렇게

마지막 탈고 앞둔 예비 작가에 '격려의 박수'

지난해 당선된 어느 작가는 1년 만에 전화를 건 문화부 기자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라는 질문에 "그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눈물과 감격의 순간, 그 순간을 알려준 목소리는 평생 잊지 못한다는 얘기다.

신춘문예 당선만큼 극적이고 화려한 문단의 데뷔 무대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신년 벽두 신문의 전면에 장식되는 기억은 평생에 있어 가장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신문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모은 책이 나오고, 이어지는 원고청탁, 꿈에 그리던 문인들과의 교류 등이 이어지면서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게 된다.

문학적인 성숙의 길로 인도하는 작가의 등용문, 사법시험보다 어렵다는 그 길의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순간들이 손짓하고 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마감(12일)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응모작들이 수북이 쌓였고, 문의 전화도 끊임없이 걸려오고 있다. 해외에 있는 문학도들의 문의도 이따금씩 들어오고 있다.

신춘문예는 몇몇 당선자를 내는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문학의 정신을 살찌우고, 시대를 녹여낸 젊은 감각과 새로운 문학적 실험이 시도되는 즐거운 문학사적 사건이다. 벌써 온 마음이 들뜨는 것은 작품을 응모하고 두근거릴 예비 작가들뿐만 아니다. 독자들 또한 더 새롭고, 더 감각적이며, 시대와 호흡하는 더 참신한 작가를 만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응모작을 신문사 문화부로 보내기 전 막바지 손질을 하고 있을 지망생들을 위해 중견 문인들과 지난해 당선된 신인작가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응모요령을 정리해 본다. 탈고하기 전 마무리에 유용한 조언이 되었으면 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마감을 앞두고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오·탈자와 맞춤법 및 띄어쓰기의 점검이다. 이는 글쓰기의 기본이다. 심사위원들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오·탈자와 맞춤법이 틀린 문장은 초반부터 눈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또 단편소설의 경우 분량이 많기 때문에 앞뒤가 뒤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나 어수선한 원고처리도 감점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본인은 정성들여 쓴 글이지만, 응모작이 많을 경우 심사위원의 시선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이제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깨끗이 작성한 A4 용지 원고가 더 읽기에 편한 시대가 되었다. 글자 크기도 11 또는 12 포인트 정도가 읽기 편하다. 이때는 글자 수를 환산해 제시된 원고지 분량을 잘 맞춰야 한다.

거듭되는 당부지만 '중복 투고 금지'는 모든 신춘문예가 요구하는 사항이다. 또 기성문인의 작품을 표절한 경우 당연히 무효로 처리된다. 응모 마감일인 12일 저녁 곧바로 예심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감일을 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와 세태를 반영하지 않으면 교과서적인 글밖에 될 수 없지요." 신춘문예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원우(계명대 교수) 씨는 "시대적 화두를 담은 작가정신과 사회적 부조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쉽다."고 말했다. 시대를 읽지 못하면 비판의식이 주제로 부각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문장의 정도를 지키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한 기교와 부적절한 비유법, 뜻 모르게 쓰는 외국어 등도 실격사유"라며 "그런 것이 하나만 보여도 무식한 글쟁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희섭 씨도 "기성문인의 작품을 모방하기보다는 신선한 시각과 젊은 감각의 문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시 부문 응모작은 소설에 비해 몇 배나 많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작품은 많지 않은 편이다. 정호승 시인은 "시는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아 달라."고 말했고, 안도현 시인은 "신춘문예가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혼이 담긴 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신재기(경일대) 교수는 "수필은 결코 자기 체험담이나 신변잡기가 아니다."며 "문학적으로 형상화될 때 진정한 수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문인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기본에 충실한 글쓰기를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냉정한 의식과 치열한 자기와의 대결, 그리고 뜨거운 열정으로 완성된 작품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김정남(소설)

벌써 1년이 지났다. 참 바쁘고 소중한 한 해였다. 1년 전 수많이 망설이며 단어 하나에도 골머리를 앓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의 구조적인 완결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개별적 서사의 단위가 견고한 플롯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소설의 대화부분은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와 다르다. 드라마와 영화는 편하게 보이기 위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대부분 대화로 처리하지만 소설은 실감 있는 대화를 위해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소설적 양감(量感)을 부여할 수 있는 간명한 대화의 처리가 필요하다.

제목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액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외연이 넓은 상징적인 제목이 소설의 좋은 대문 역할을 하게 된다. 나의 당선작 '물의 사막'도 그랬던 것 같다. 예비 문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선 여부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선 이후에 펼쳐질 더욱 매운 시간이다. 그래서 신인(新人)을 매울 '신' 신인(辛人)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민아(시조)

마지막 1주일은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다. 시쳇말로 면벽수행을 했다. 밥맛도 없었고 오직 시만 생각했다. 시는 이미지가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를 읽고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하고 싶었다. 제목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편의 후보작을 두고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뭔가 고민했다. 당선작인 '가면놀이'는 회화적이며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 시이다. 사회성도 가미됐다. 1주일 동안 춤을 추듯이 시를 원고지에 여러 차례 써 보았다. 원고지를 가로로 두고 손으로 옮겼다.

그래야 시의 맛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온갖 종류의 펜을 다 써 보고 최종적으로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마무리했다. 워낙 고민을 많이 하느라 아슬아슬하게 마감일을 지켰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가면놀이'가 당선된 후 '황진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드라마의 결말에 황진이가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가면을 쓴 채 춤을 추는 황진이의 이미지, 그것이 바로 나의 '가면놀이'의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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