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 내리는 정해년, 시민들 고민은 '취업'이었다

▲ 구직자들이 대구지방노동청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구인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구직자들이 대구지방노동청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구인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진로와 취업 문제가 2007년 지역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사진은 대구대 상담실을 찾은 대학생들.
▲ 진로와 취업 문제가 2007년 지역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사진은 대구대 상담실을 찾은 대학생들.

"2007년 대구의 고민은 □□이었다."

-----------------------------정답은 '취업'

지난 24일 대구지방노동청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2층. 구직자들이 구인정보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연말에는 구인업체가 적기 때문에 구인정보도 많지 않다. 하지만 실업급여창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루 평균 150여 명이 오지만 이날은 오전에만 190명이 찾았다.

같은 시간 4층에 있는 취업지원팀. 상담원들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상담을 하고 있었다. 사회진출 후 첫 직장을 구하는 사람과 전직이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이곳을 찾아 상담하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60~70명으로 지난해보다 20% 정도 증가했다. 취업상담창구에서 상담원들로부터 올해 대구 지역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취업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젊은 구직자 "조건 너무 안 맞아요."

이곳을 찾는 취업자의 최대 고민은 업체에서 제시하는 조건과 본인이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는 것이다. 구직자들은 업체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대구지역 업체의 현황이 이렇게 열악한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상담원들은 "젊은 구직자들은 오전 9시 출근과 오후 6시 퇴근, 주 5일제, 사무·관리직종, 집과 가까운 곳, 가족적인 분위기 등 추상적인 조건을 원하지만 대구지역에서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 대부분 기업이 제시하는 연봉은 대졸자의 경우 1천800만~2천만 원 선인 반면 구직자들은 2천400만 원 이상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구인업체의 사정은 다르다. 업체는 구직자들이 취업한 뒤 열심히 일하면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말하지만, 구직자들은 조건을 좋게 해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윤영탁 취업지원팀장은 "10년째 취업업무를 하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구직자들은 특별한 경력이 없다면 일찍 취직해서 다른 직종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하지만 구직자들 대부분은 업체가 처음 제시하는 조건에 너무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직자 "더 나은 직종 없나요?"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주로 30, 40대이다. 구조조정과 계약기간 만료, 정년 등으로 일할 의사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구직자들은 이전 직장보다 더 나은 조건을 원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기술·기능직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지만 사무·관리직종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사무자동화가 되면서 경력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신입사원과의 차이가 사라졌다.

윤영탁 팀장은 "직장이 근무하기에 너무 힘이 드는 데다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이직을 고려하는 구직자들도 많다."면서 "앞으로 이직하는데 가장 힘든 직종은 사무·관리직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자 "일할 곳이 없어요."

김해룡(64) 씨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상담을 하고 있지만 답답하다. 하루 평균 고령자 4, 5명을 상담하지만 알선율은 20~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은 일할 힘이 있는데도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아파트 경비 등 고령자가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자동화와 젊은 구직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소일거리를 위해 취업을 원하는 사람보다 생계를 위해 일을 찾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구인업체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령자들을 꺼린다.

김 씨는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은 많지만 일자리가 너무 없다."면서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무슨 일 해야하죠?" 대학생들 고민도 '취업'

"취업문제가 가장 걱정돼요. 일반기업에 취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시나 공기업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2학년 때까지 고민해보기로 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임혜미·대구대 공법학과 2년)

"당장 다음 학기때 휴학을 할까 고민중입니다. 졸업하면서 곧바로 취업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태백'이 되는 것보다는 대학에 남아있으면서 시험을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호주나 필리핀으로 1년 정도 어학연수를 갈 생각입니다."(신승임·대구대 무역학과 3년)

경북대와 대구대, 계명문화대 등 각 대학의 학생상담실을 찾은 대학생들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성관계와 대인관계, 성격과 정서, 가족관계 갈등 등 고민은 참 많았다. 하지만 2007년 지역대학생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과 진로문제였다.

경북대 상담실을 찾은 2천여 명의 학생 중 35%가 진로와 학업문제를 상담했고 대구대(1천여건)에서도 진로 적성과 학업문제가 229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명문화대 상담실 이성희 상담원은 "학생들의 고민은 취업과 진로, 자기성격문제, 이성문제 등 3가지로 대표되는데 과거에 비해 진로·취업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4년제 대학과 달리 2년 후에 곧바로 사회에 나가기 때문에 진로문제에 조급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대가 올 신입생을 대상으로 '무엇을 상담받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도 진로문제(40.35%)와 학업(23.68%)이 60%이상을 차지했다. 각 대학들도 이 같은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학과를 대상으로 단체적성검사는 물론, 개별 적성검사와 성격유형검사, 적성진단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구대가 올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의 대부분은 적성검사와 성격유형검사였다. 계명문화대에서도 올 3월~8월까지 실시한 2천608건의 심리검사 등 상담내용 중 취업진로와 관계된 적성관련 검사가 대부분(2천200여건)이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상담실의 조현재 연구원은 "취업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상당기간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요즘같은 취업난 속에서 몇 달 준비해서 취직할 수 있는 직종은 없다고 보면 1, 2학년 때에 방향을 정하고 3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대 김점향연구원은 "진로때문에 상담하지만 결국 성격 등 개인문제가 복합돼있는 경우도 적지않다."면서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자기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객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문제외에 이성문제와 학자금 및 용돈조달도 학생들의 주요고민이다. 수 년 전까지는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상담이 많았지만 요즘은 이성관계에 대한 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즉 교제경험이 많지않아 쉽게 상대방에 몰입했다가 상처를 입게되고 그것이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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