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한일 양국 관계의 뇌관 같은 곳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14일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는 외교적 도발을 저질렀다. 잊을 만하면 도발을 되풀이해 온 일본, 도대체 그들에겐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일까.
◆'분쟁지역화' 관심 끌기 전략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에는 이곳을 영토 분쟁지역으로 이슈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회부할 경우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 무대에서 입김이 큰 일본으로서는 결코 불리할 것 없다는 속셈이다.
일본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돈수 명지대 교수(한국해연구소장)는 "노무현 정권 말기인 작년에 이런 사태가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시기를 늦춘 것 같다"며 "이번 사태는 '정부 흔들기'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본의 독도 분쟁 지역화 전략은 영해 확장 노림수로도 볼 수 있다. 이돈수 교수는 이를 "일본의 포스트모던적 신제국주의에 의한 도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일본은 2004년 대한해협을 쓰시마해협으로 바꾸는 등 일본식 지도 명칭 표기에 공을 들여왔다. 이를 필두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바꾸기 위한 전략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펼쳐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의 명칭이 공간적인 힘을 표출하기 때문에 동해가 일본해가 되면 독도도 자연스레 다케시마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본은 2006년 4월 독도 인근 해양조사를 한다며 측량선을 출발시켜 한국과의 긴장을 조성한 적이 있다. 당시 차관급 협의 후 일본 측량선은 돌아갔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한일 양국 타협의 결과 한국은 국제수로기구에 해저 지명 상정을 무기한 연기해, 1978년부터 일본이 사용해 온 '쓰시마분지' 표기를 당분간 그대로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저지명이 일본 명칭인 것을 바탕으로 일본해 단독 표기에 못을 박고, 이어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만들겠다는 일본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日 우익세력 결집 위한 술책
일본이 자국 내 보수 우익 세력의 세를 결집하고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노림수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으킨다는 시각도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일본인 대다수가 독도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국의 거센 반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서 독도 영유권 도발에 격분한 일부 시위대가 일장기를 태우는 등의 극렬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자국에 보도한다. 한국의 극렬한 반일 시위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 실험과 함께 일본 내 극우세력의 입지에 힘을 실어준다.
일본의 극우 보수 세력들은 이를 빌미로 평화 헌법을 개정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면서 ▷군국주의 부활 ▷군비 확장 욕심을 과시해왔다. 권철현 주일 대사도 "일본은 주변국과 외교 갈등을 빚을 때마다 애국심을 앞세운 보수 우익세력이 더욱 결집했다. 우리로서는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장근 대구대 교수는 "영토문제 자체가 일본 내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이슈"라며 "자민당을 비롯한 우익 성향 인사들이 선동하는 요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독도 주변 해저에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고압·저온의 환경에서 천연가스와 물이 결합되어 고체상태로 존재하는 화합물. 신에너로 각광받고 있음) 같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도가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에 따라 한일 양국의 해양경계선이 달라지고, 하이드레이트의 소유권도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조용한 외교' 둘러싼 논란
정부는 일본의 거듭된 독도 도발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효적으로 우리나라가 독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도가 영토 분쟁지역으로 이슈화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될 경우 우리로서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무대응을 주창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우리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대응하면 결국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독도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재판에 가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러나 2005년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의결했을 당시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에 대한 여론의 질책이 쏟아졌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한 화해 제스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뒤통수 치기 도발'로 응대하면서 정부의 '조용한 외교'는 입지를 크게 잃게 됐다.
끊이지 않는 일본의 도발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남일 경북도청 환경해양삼림국장은 "조용한 외교는 이미 2005년 3월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이후 포기했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김 국장은 "일본은 장기적 차원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주장 세력도 과거 민간인에서 지자체, 중앙정부 순으로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이 도발할 때마다 국민 여론에 밀려 땜질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 학자, 관련재단 등에서 서로 역할 분담을 해 종합안을 마련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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