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너를 만나고/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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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빈틈으로

바람 숭숭 들어오니

얼마나 쌓였을까, 쓸쓸하던 저녁들

일어나

기댈 데 없이 허전하던 아침들

메운 듯하면

또 벌어진 틈 보이고

커져만 가는 틈으로 모지라지는 나의 키

작아서,

작아서 서러운 울음 울어 나를 씻네

차를 달려 몇 마디

안부 주고받은 일밖엔

달라진 게 없는데, 나 그대로인데

내 안의

무엇이 움직였나,

훈훈한 바람 부니.

시간의 적층을 봅니다. '쓸쓸하던 저녁들'과 '허전하던 아침들' 사이로 바람이 틈입합니다. 메운 듯하면 또 벌어지는 마음은 연신 조바심을 칩니다. 틈이 벌어질수록 모지라지는 나의 존재. 까닭 모를 위축을 울음으로 달래봐도 한번 흔들린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차를 달려가 나눈 '몇 마디 안부'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데요. 그것은 곧 한 마음이 다른 한 마음을 시켜서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게 없다고, 나 그대로라고 애써 태연을 가장하지만, '내 안의 무엇'은 진작에 움직인 걸요. 내가 낸 빈틈으로 숭숭 들어오는 바람 또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틈은 결국 너와 나의 만남에서 말미암은 것. 그 틈으로 네가 보낸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고, 또 네게로 보낸 나의 시간들이 쌓입니다.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서 이미 사랑을 말하고 있군요. 일어나 기댈 데 없는 허전함이, 작아서 서러운 울음이 그 증거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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