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미술품]경매현장

20~30초 사이 '낙찰'…가치 알아 볼 '안목' 중요

4일 대구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한옥션'. 매월 첫째 토요일마다 열리는 고미술품 경매의 날로 고서적(전적류) 경매가 위주인 '한옥션'이 열린 지는 이번이 20회째. 출품된 고미술품은 고서적을 중심으로 그림'간찰'연적 등 모두 260점. 오후 4시 본격적인 경매가 열리기 전 전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출품된 고미술품을 둘러보는 가운데 전적류들은 각기 비닐에 곱게 싸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승구(서울'화봉화랑 대표)씨는 "전통 문화재로서 고미술품은 독특한 특색이 있어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며 운을 뗀 후 "특히 대구는 희귀서적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며 이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일은 문화재 발굴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염광섭(대구'고미술품 가게 운영)씨는 "경매가 열리기 전 인터넷 상에 출품작들의 내용, 보존상태, 역사적 배경, 작자 등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작품에 대해 이해를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날 출품작 중 최고의 압권은 정조임금이 읽은 후 신하 윤행임에게 하사한 '어정제권(御定諸圈)'과 '조선인래조물어'라는 책. 전자는 무오년 9월 25일부터 한 달 간 신하들과 강연한 내용을 적은 책이며 후자는 조선통신사가 대마도를 걸쳐 일본 본토로 들어가기까지의 일정을 자세한 그림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두 권 모두 일본에서 환수된 문화재로 그 의의가 컸다. 어정제권은 당시 사자관이 직접 필사한 책으로 그 정갈한 글씨체와 깨끗한 보관상태가 특히 돋보였다. 이 책의 예상 경매가는 2천800만원, '조선인래조물어'는 230만원.

이윽고 경매가 시작됐다. 전면 대형 TV엔 경매인이 번호를 부를 때마다 출품 고미술품의 이름과 사진이 떴다.

"34번 고려중기 문신 정습명 선생의 '형양선생실기' 4권1책. 경매가 4만원입니다." 순간 좌석에서 경매에 참석한 사람들의 번호판이 올라가자 "5만원, 6만원, 7만원, 8만원. 더 없습니까. 8만원 낙찰."

경매시간은 1건당 20~30초 정도. 이 날 나온 고미술품 260종이 모두 소개와 경매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30여분. 출품된 고미술품의 약 60%가 낙찰됐다.

한옥션에서는 인터넷 예약 손님에 한해 낙찰 도우미도 운영하고 있다. 도우미는 해당 고미술품이 나올 경우 예약손님을 대신해 낙찰에 응하는데 이 경우 경쟁 경매인은 예약된 낙찰가를 모른 채 경매에 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경매를 주도했던 '한옥션' 조현제 대표는 "고미술품 시장은 경제상황에 무척 민감하다"고 전제한 후 "고서적과 같은 물건은 아련한 옛 추억과 닿아 있어 주로 40대 이후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말했다.

현재 고미술품은 서양화와 달리 가치면에서 저평가 된 것이 많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초심자는 경제력에 맞춰 싸게는 1만원짜리라도 마음이 끄는 물건을 구입하다보면 그 분야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그에 따라 차츰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고가의 물건에 눈을 돌려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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