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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밥상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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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특이하게도 대형할인마트(이하 마트)와 공공도서관이 바로 인접해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공공도서관이 바로 근처에 있음에도 마트 한쪽에 자리한 도서매장에는 쪼그려 앉아 책 읽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왜 아이들이 공공도서관을 놔두고 마트에 와서 책을 읽을까? 그래서 근처 공공도서관내 어린이도서관을 가 보았다. 그곳에 들어서니 도서관이 비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중에는 책을 들고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아이, 옆 친구가 읽고 있는 책을 곁눈질로 같이 읽는 아이 등 안타까워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보고나니 궁금증이 풀렸다. 아이들은 어린이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제대로 볼 수 없자 근처에 있는 마트의 도서매장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아이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불편한 자세로 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떠나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2007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공공도서관 수는 분관을 합쳐 16개관이며, 책 수는 200만권 정도이다. 대구시민이 250만 명 정도 되니 1개 도서관이 시민 15만 명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도서관이 갖고 있는 책은 시민 1명에 채 1권이 돌아가지 않는 셈이다.

대구의 도서관 인프라는 멀리 선진유럽의 도서관과 비교할 것도 없이 광역시들 중에서도 하위수준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마트뿐만 아니라 시내의 대형서점에도 진을 치고 책을 읽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흔히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밥이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듯 책은 사람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대구의 도서관은 마치 학교급식에 밥과 반찬이 부족한 나머지 아이들이 허기를 메우기 위해 마트의 시식코너를 전전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그 만큼 희망이 커진다는 것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줄 수 있는 잘 차려진 밥상이 필요하듯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샘솟는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잘 갖춰진 도서관이 필요하다. 이 점을 힘 있는 어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문동섭(산업정보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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