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 붐, 물 만난 도둑…올 2분기만 600대

미신고 건수 합하면 3∼5배 늘어나

대구 명덕네거리 자전거 보관대. 최근 이곳에서도 자전거 2대가 도난당하는 등 곳곳에서 도난사고가 잇따라 CCTV설치, 자전거 등록제 시행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명덕네거리 자전거 보관대. 최근 이곳에서도 자전거 2대가 도난당하는 등 곳곳에서 도난사고가 잇따라 CCTV설치, 자전거 등록제 시행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직장인 김정화(32·여·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올 6월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모임에 가기 위해 회사 인근 주민자치센터 자전거보관대에 묶어 두었으나 3시간쯤 지나 돌아오니 자전거는 온데 간데 없었다. 바닥에는 잘린 자물쇠만 덜렁 놓여 있었다. 김씨는 "구입한 지 2개월도 안 된 출퇴근용 새 자전거를 도둑맞아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다시 자전거를 사려고 하는데 도둑맞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고유가 여파에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전거 도둑이 설쳐 특단의 도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역 동호회원들의 도난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20여건이 접수된 상태다. 자전거 상습 절도범들이 잇따라 경찰에 검거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희(72·대구 북구 칠성동)씨는 "동네 노인들 사이에서도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12일 서울경찰청이 집계한 '2009년 2분기 자전거 절도 현황'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3개월간 600대가량을 훔쳤다. '귀찮다'거나 '비싸지 않다'는 이유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까지 더하면 도난당한 자전거는 집계 보다 3~5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출사의 사례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도둑맞은 자전거는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다 장소 또한 아파트를 비롯해 원룸 계단, 지하철역 주변 등 무차별적이었다. 자물쇠를 단단하게 채워 놓아도 없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전거 보관대에 CCTV를 설치하거나 자전거 등록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하철 대구역에서 자전거 2대를 도둑맞았다는 박무찬씨는 대구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CCTV를 설치하고 이를 알리는 간판 하나만 걸어놔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거창하게 녹색성장이니 대중교통 이용 권장을 외치지 말고 자전거 도둑이나 좀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전거 훔치기는 도둑질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홍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전거에 자동차처럼 고유번호를 부여해 체계적으로 전산 관리하는 '자전거 등록제'는 내년 시·도별로 운영하고 2011년부터 전국 통합으로 운영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바 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현재 자전거 도난은 100% 개인 책임이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자전거 보관대 주변 도난 방지 체제를 구축하는 등 예방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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