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고교 학력 저하 물러설 곳이 없다

대구 고교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 2010학년도 입시가 진행 중이지만 서울 명문대 진학률이 최악이라는 지난해보다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학생의 외지 진학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 외지의 자사고와 자율학교로 빠져나간 중 3학년생은 3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각 학교의 최우수 자원들이다. 이는 3년 뒤 곧바로 명문대 진학률로 이어져 대구 교육의 추락은 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급변하는 대학입시 전형에 각 고교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를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더욱 강화하고, 각 대학도 수시 모집을 늘리면서 이러한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보 부족과 독특한 스펙을 쌓기가 쉽지 않은 여건을 감안하면 앞으로 명문대 진학이 지방 학생들에게 점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 고교의 학력 저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2000학년도 527명을 기점으로 매년 줄었다. 2009학년도에는 143명으로 2000학년도 대비, 27%였다. 신입생 점유율도 2000학년도 12%에서 올해는 5% 수준, 그나마 내년도는 5%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도시라는 위상이 10년도 안 돼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수성구 일부 학교는 과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확대의 대입 시스템에서는 힘들 것임이 최근의 성적에서 증명됐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확실한 방안이 있는 것이 문제다. 그 답은 학교가 변하는 것이다. 교장과 교사, 나아가 교육청의 교육 정책이 변하는 것이다. 우수 자원이 몰리는 특목고를 제외해도 좋은 성적을 거둔 일반 학교도 많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교사와 학생이 일체가 돼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 곳이다.

대구의 학교도 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육청이 앞장서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해 지역별, 학교별로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또 학교도 벼랑 끝이라는 심정으로 교수법이나 학력 신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대구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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