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원전 수주 최종 담판을 가진다는 보도에 이어, 27일 저녁 TV에 낭보가 전해졌다. 원전 계약을 체결한 직후 이 대통령은 현지 TV 기자회견에서 "원천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받아 왔던 시절을 뛰어넘어,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 수출국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수주 내용은 원자력발전소 1천400㎿급 4기 건설로 200억달러, 향후 60년간 원전 수명 기간 중 운영과 연료 공급 및 폐기물 처리 등 운영 지원용으로 200억달러 등 총 400억달러 규모라고 한다.
수출되는 한국형 원자로는 APR(Advanced Power Reactor) 1천400㎿ 모델로 국내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에 적용되는 '3세대' 원전이다. 우리는 다행히 원자력발전소를 꾸준히 지어 왔다. 지난 10년 동안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지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20기, 보유 설비 18GW로 세계 6위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고유 모델인 '2세대' 한국형 원자력발전은 1천㎿급으로 1996년에 탄생했다. 울진 3, 4호기와 영광 3, 4호기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 운영도 10년 경과돼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신뢰도로 연결되는 '연간 이용률'에 있어 95%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원자력발전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확대 발전시킨 모델이 '3세대' 한국형 원자력발전으로 신고리'신울진에 곧 모습을 보이게 되며 이번 UAE 원전 수주도 이 모델이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델이 된 것이다.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독자적 원자로를 개발하고 수출까지 하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번 수주는 해외 단일공사로는 종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금액(63억달러)의 6배를 뛰어넘는 최대 규모이며, 향후 10년간에 11만명의 고용창출을 가져오리라 한다.
작년 국내 한 일간지에 보도된 원자력발전에 관한 뉴스 하나를 소개한다. 2008년 봄 원전 대국이던 미국도 뒤늦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당장 원자력발전소 25기를 지어야 하는데 기술자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원자력발전소를 하나도 안 지었으니 원자력 기술자의 씨가 말라버린 것이다. 그나마 있던 기술자마저 전부 퇴역해버렸다. 미국의 원자력국 직원이 원자력발전소 설비회사이던 웨스팅하우스를 찾았더니 오래전에 일본 도시바로 팔려갔고, 그 부서가 그대로 있는지 의문시된다는 대답을 듣고 낙담했다 한다. 놀란 미국 관리들이 찾은 곳은 바로 우리 '한전'이었다. 원자력 설계기술자를 포함해 약 1천명을 보내달라고 애원했다 한다. 한전은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KOPEC)을 소개시켜줬고, KOPEC은 우선 계약금 300억원을 받고 50여명의 직원을 보냈다. KOPEC의 지계광 사업부장은 "원전 종주국에 설계'엔지니어링기술을 역수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우리는 바야흐로 세계 6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했다. 향후 5년간 약 3천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많은 일자리를 신규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07년에는 중국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원자로 등 주요 설비를 수출,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독무대였던 세계 원자력 설비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총 50조원 규모의 1GW급 신형 원전 31기를 건설하기로 해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신규 원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발전소의 운영요원은 물론 UAE의 건설 현장에 내보낼 인력 공급은 대구가 책임져야 한다. 전문인력을 지금부터 양성해야 한다. 이번 원전 수주를 계기로 대기업에 취직해 편한 곳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오철수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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