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귀한 일을 한 대학생 두 명이 찾아왔다. 40일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2011 대구 대회를 홍보한 박민훈(27'부경대), 정다운(24'여'동국대) 씨다. 여기에는 김우규(27'한양대) 씨도 함께했다.
이들 3명은 지역 출신도 아니고, 대구 대회 조직위의 부탁도 없었지만 사비를 털어 2011 대구 대회 알리기에 나섰다. 강추위와 싸우고, 때론 폭설에 갇히는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28일까지 LA를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 시카고, 보스턴, 뉴욕, 워싱턴DC, 올랜도,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댈러스 등 미국 주요 15개 도시를 돌았다.
이들은 하버드, MIT 등 유명 대학과 국회의사당 등 주요 관광지, 한인교회 및 한인식당 등을 중심으로 다니며 대회 포스터를 붙이고, 대회 홍보를 담은 리플렛과 기념품 등을 나눠주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렸다. 하버드대학에선 학교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포스터를 붙이다 압수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홍보 활동 중 만난 외국인과 한인 1천여 명에게 2011 대구 대회를 알리고, 1천 장의 '대회 성공 기원'응원 메시지'를 받아 대구 대회 조직위에 전달했다. 이들이 움직인 총 거리는 14만km나 된다.
지난해 10월 어학연수 중 LA에서 만난 박민훈'김우규 씨는 미국 횡단 여행에 대해 얘기하다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해보기로 뜻을 모았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2011 대구 대회 홍보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학연수 두 달을 더 하는 비용과 시간으로 미국에서 한국을 위해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동안 익힌 영어 실력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2011 대구 대회 홍보 여행'을 선택한 것. 박 씨는"처음에 '뭘 할까' 고민하다 '한복 입고 여행하기', '사물놀이 공연' 등을 생각했지만, 구체적으로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2011 대구 대회 홍보 여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초 인터넷 여행 친구 사이트에 함께할 사람을 모집, 정다운 씨를 합류시켰다. 5대1의 경쟁률을 뚫은 정 씨는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여행 자금 마련을 위해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인터넷을 통해 이를 알고 특별한 여행이 될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곧바로 '2011 대구 대회 홍보 여행' 계획을 수립, 대회 성공 기원'응원 메시지를 받을 엽서를 직접 디자인해 현지 인쇄소에서 1천장을 만들었다.
또 대구 대회 조직위에 연락해 취지를 설명하고 대회 포스터 100부와 리플렛 300부, 기념품 등을 항공 특급 배송으로 전달받았다. 경비는 공동 조달하기로 하고 1인당 3천 달러씩 내 사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 많은 숙박비였다. 처음엔 야영을 많이 하며 숙박비를 아끼려 했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 했다. 렌터카 임대비와 연료비, 메시지 엽서 제작비, 식비 등의 부담도 컸다.
힘든 점도 적잖았다. 눈과 추위 등 날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대회 홍보를 하려니 부끄러워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언어. 홍보하고 답변할 정도는 되지만 유창하지는 않아 예상 밖의 질문을 받으면 당황해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다.
정 씨는 "처음 10일 정도는 부끄러워 홍보에 애를 먹었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큰 문제는 없었다"며 "처음엔 영어로 예상 질문과 답변 시나리오를 만들어 다녔는데 '남북 정세' 등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으면 어찌할 줄을 몰랐다"고 했다. 박 씨도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한국과 대회를 홍보하겠다는 초심과 사명감, 또 젊은 패기로 밀어붙였다"며 "미국에서 처음 만난 생면부지의 젊은이 3명이 함께 다니다 보니 부딪히기도 많이 했는데 '대회 홍보'라는 목적이 없었으면 중간에 깨졌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바람은 직접 디자인'제작하고 한장 한장 정성껏 받아 대회 조직위에 전달한 '대회 성공 기원'응원 메시지' 1천 장이 서랍 속에 묻히지 않고 홍보용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것이다.
박 씨는 "외국인의 경우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고 1분, 길면 5분'10분간 고민하며 호의를 담아 귀중한 응원 메시지를 적어준 만큼 요긴하게 잘 사용됐으면 좋겠다"며 "조직위로부터 포스터 등을 받았을 때 공공의 사명을 띠게 됐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느껴졌다. 1천 명의 메시지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고 활동이 계획대로 잘 마무리됐을 때 스스로, 또 팀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 출신이 아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지역 간 구분'의 개념도 없고 신경도 별로 안 쓴다"며 "우리나라의 행사이자 일이라고 생각했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홍보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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