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월의 신부를 위하여

결혼 축하객 20억 명(외계에서 UFO도 왔다는 미확인 사실), 축의금 최대 2조원(경제 효과), 결혼식 비용 1천400억원(영국의 침체된 경제를 감안해서 최대한 검소하게 치른 비용), 신데렐라의 해피 엔딩….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평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이야기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이 세기의 결혼식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이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처럼 잠시나마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이젠 멋진 왕자님과의 결혼을 꿈꾸기에는 생뚱맞은 나이인 여자들조차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세계의 많은 미혼여성들이 마치 자신들이 신부가 된 양, 케이트 미들턴이 착용한 액세서리나 의상을 구입하여 따라 입는 등 왕자의 신부가 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하고 또 얼마간은 그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것도 웃어넘길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참에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여성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인구증가율에 비상이 걸리고, 결국은 국가의 노쇠현상까지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사정을 뒤엎고, 결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으로 뜨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덤으로 가져본다.

미국의 한 비영리 아동 보호단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 국가별로 '엄마'의 생활여건을 나타낸 엄마지수(Mothers Index)를 산출해서 분석한 결과 164개국 중 한국이 48위라니 아무래도 아직까지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엔 남성 역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간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다. 흔히 초식남(草食男, 또는 초식계 남자, 일본의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명명한 용어)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적)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도, 주로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결혼을 기피하며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동성애자와는 차별된 남성을 말한다.

하긴 결혼에 대한 중압감(?)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결혼 행진곡을 들으면 늘 전투에 나가는 병사의 행진곡 같다고 했을까, 또 쇼펜하우어는 '결혼이란 남자의 권리를 반분(半分)해서 의무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니 결혼이란 주제는 남녀 누구에게나 참으로 무거운,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대, 오월의 신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쏟아지는 햇살처럼 마냥 축복하며 시 한 수 읊어주고 싶다.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인디언의 결혼축시 중에서)

강 문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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