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프 캐럴' 핵심 겉돈 수질조사…당장 땅 파보자"

핵심은 매립여부…기지밖 지하수 조사는 별 의미 없어

" 아! 머리 아파" 16일 칠곡군청 회의실에서 한미공동조사단이 왜관 캠프 캐럴 인근 지하수 및 하천수질 조사결과 '고엽제 성분 미검출' 발표에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계속되자 버치 마이어 SOFA 환경분과위원장(왼쪽)과 장세호 칠곡군수(오른쪽)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캠프 캐럴 주변 하천수에서 극미량의 다이옥신만 검출됐다는 16일 한미 공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핵심을 겉돈 조사로 예상된 결과다. 당장 증언자들이 지적한 캠프 캐럴내 토양시추 등 실질적인 조사에 즉각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칠곡군청에서 가진 주민설명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조사방법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정부가 다이옥신 오염의 핵심열쇠인 기지내 시추작업 등 토양조사는 하지 않고 다이옥신 검출 가능성이 낮은 기지외부 지하수부터 조사해 일단 주민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는 전술이다. 토양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의 다른 발표는 진실규명에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조사단의 조사방식과 범위를 두고 신뢰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왜관읍 매원리 한 주민은 "다이옥신이 물에 잘 녹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면 지하에 침전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일부 지점의 수질검사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채취하더라. 제대로 된 조사인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왜관읍의 한 이장은 "우리 마을에 지하수 관정이 3곳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음용수 관정은 빼고 농업용 관정에 대해서만 수질조사를 했다. 주민들이 '왜 먹는물부터 조사하지 않느냐'며 항의를 해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 촉구 국민대책회의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고엽제 의혹의 유력한 증언과 증거를 묵살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미 공병단의 보고서를 비롯해 고엽제와 같은 유해물질의 매립과 이동, 오염실태 조사를 위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칠곡군은 고엽제 매몰의혹이 제기된 '캠프 캐럴' 인근 지하·하천수에 발암물질 등 오염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지자 16일 즉각 해당 관정을 폐쇄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군은 신경·생식계 독성을 가진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먹는물 기준을 초과한 왜관리 1개 관정을 폐쇄한 뒤 이 곳 아파트에 광역상수도를 설치해 17일부터 수돗물 공급에 나섰다. 또 이번 수질조사에서 일반세균과 총대장균군이 기준을 초과한 칠곡종합복지회관의 민방위시설 지하관정과 수소이온농도(pH)가 기준을 초과한 지하관정에 대해서도 개선 조치에 나섰다.

캠프 캐럴 고엽제 매몰의혹과 관련, 정부는 지난 1992년과 2004년 미군공병단과 삼성물산이 각각 실시한 기지 내 오염도 조사결과를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오후 칠곡이 지역구인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캠프 캐럴 기지내 2차례의 조사결과 공개에 앞서 미국 측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고 있다"며 "양국간 협의를 통해 내주 중 결과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엽제 피해를 우려하는 국민정서를 감안해 각종 조사결과와 상관없이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몰 추정지역을 채굴조사하는 방안도 미군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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