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류마티스 질환 (2)통풍

엄지발가락 등 관절 통증 대표적…꾸준히 약물 복용 필수

통풍(痛風)은 한자어로 '바람만 불어도 통증이 온다'는 의미이다. 이미 고대부터 알려진 질환으로 기원전 4세기경에 히포크라테스는 '무리한 성관계를 가진 남자에게 급성으로 발작이 오는 질환'으로 기술했으며, 고대 유럽에서는 좋은 음식과 술을 즐기던 귀족들이 이 병에 잘 걸려서 '왕의 질병'이라고 불렀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질병의 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통증이 병 중에 으뜸으로 칠 만큼 심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식생활의 서구화와 더불어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40, 50대 환자가 약 10만 명에 이른다. 과거에는 80~90%가 남성 환자이며, 주로 40, 50대에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젊은 환자들도 적지 않다. 다만 폐경 전 여성 환자는 드물다.

◆국내 40, 50대 통풍 환자만 10만 명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윤식(가명'45) 과장은 평소 술과 고기를 즐기며 약간 뚱뚱한 편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심하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못 하는 편이지만 평소 타고난 체력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던 최 과장이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 회사 직원들과 송년회를 마친 뒤 집에서 잠들었지만 새벽 3시쯤 갑작스런 통증으로 잠이 깼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갑작스레 시작된 곳은 바로 오른쪽 엄지발가락. 굳이 표현하자면 수천 개의 바늘이 발가락 안쪽에서 찔러 대는 듯했다. 통증은 밤새껏 지속됐고, 마치 얼음물 속에 발을 담가놓은 느낌이었다. 너무 아파서 주무를 수도 없었다. 아침이 되자 엄지발가락은 부어올랐고,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평소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최 과장은 며칠간 진통제로 견뎠다. 통증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일이 많아서 그다지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렇게 사라지는 듯하던 통증은 사흘 전 다시 시작됐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문득 든 그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바로 통풍. 최 과장은 7년 전쯤 요로결석으로 무척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통증이 발가락으로 옮겨온 듯하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물론 요로결석이 통풍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요로결석을 앓은 환자의 약 절반가량에서 10년 내에 통풍이 온다고 했다. 평소 멀쩡하던 그에게 왜 갑자기 통풍이 왔을까?

통풍은 혈액 중에 요산 농도가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그로 인해 생성된 요산 결정체가 인체 여러 조직에 달라붙어서 일어나는 여러 증상을 일컫는 병이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의 대사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신장(콩팥)에 의해 걸러져서 체외로 배설되는 노폐물이다. 요산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거나, 신장으로 배설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 요산 수치가 높아지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통풍이 올 수 있다. 요산이 체내에서 과다 생성되는 것보다는 배출 과정에 이상이 생겨서 통풍이 오는 경우가 많다.

◆엄지발가락 통증 오면 의심해야

일반적으로 고요산혈증이란 혈중 요산이 남자는 7㎎/㎗ 이상, 여자는 6㎎/㎗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면 급기야 통풍 증상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10년씩 요산이 축적되는 경우도 있다.

요산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이 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산치가 높을수록 결정체가 쉽게 형성돼 여러 조직에 잘 쌓이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평소 건강검진을 했을 때 우연히 요산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실제로 통풍이 의심되는 환자 중 요산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28%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일시적으로 요산 생성이 줄었거나 요산 배출이 원활해져서 혈액 내 농도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

그렇다면 고요산혈증이 있는 환자가 평소 멀쩡히 지내다가 갑작스레 통풍 발작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음, 폭식, 갑작스런 무리한 운동, 무리한 다이어트, 수술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또 일부 약물은 혈중 요산을 증가시켜서 통풍 발작을 유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이뇨제, 심장 질환에 쓰이는 아스피린, 그리고 결핵약 등이다.

통풍이 잘 오는 관절은 엄지발가락이다. 환자 중 90%에서 엄지발가락 관절염을 경험하게 된다. 심장에서 가장 먼 곳, 아울러 체온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저 요산이 축적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때문에 엄지발가락이나 귓불 등에 요산이 쌓이고 결국 요산 결정체가 생성된다. 또 발목 관절, 무릎 관절 등에도 올 수 있다.

일단 중년 남성이 급성으로 한쪽 엄지발가락이나 발목관절이 붓고 아프다면 통풍을 가장 먼저 우려해야 한다. 초기에는 이런 관절염이 급격한 통증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낮다. 그만큼 증상을 잘 모를 수 있다는 뜻.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혈중 요산치가 높을수록 재발하기 쉬워진다.

◆꾸준한 치료 관리가 중요

통풍은 고통스러운 관절염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여러 질환과도 연관성이 많아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비만, 고중성지방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그리고 대사증후군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 통풍 환자 중 50%에서 고혈압, 42%에서 대사증후군, 11%에서 당뇨병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풍은 요산과 요산 결정체가 몸 안에 쌓여서 생기므로 우리 몸에서 요산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많이 내보내는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흔히 쓰이는 약물도 요산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자이로릭'과 소변으로 요산을 많이 내보내는 약물이다. 이를 환자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은 증상이 있을 때 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우리 몸의 요산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한두 번 치료를 받고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통풍 환자는 육류는 적게, 채식 위주가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식단 조절로 낮출 수 있는 요산 수치는 미미하다. 식이요법으로 줄일 수 있는 요산수치는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꾸준히 요산을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통풍의 재발과 합병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요산의 배출을 억제시키므로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 술은 요산을 만드는 원인물질인 퓨린을 많이 갖고 있으며, 동시에 요산 배출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흔히 퓨린이 많이 함유된 맥주를 마시면 통풍에 안 좋고, 나머지 소주나 위스키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술 자체가 요산 배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 가장 좋다. 아울러 항상 수분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커피와 비타민 C는 요산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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