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지구 마을공동체…벽도 허물도 없죠, 한가족이니까요

안심지구 마을 공동체가 주민들의 먹거리와 장애인 일자리 마련,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통합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새로운 도심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안심지구 마을 공동체가 주민들의 먹거리와 장애인 일자리 마련,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통합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새로운 도심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안심'율하 지역 주민들이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최근 협동조합을 만들어 친환경 유기농 매장을 열고 지적장애인 자립 일터인 카페를 만들었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도시민들이 힘을 합쳐 먹거리와 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안심'율하 지역 주민들의 행보는 도시 마을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로, 또 도시민 의식변화를 이끄는 씨앗이 되고 있다.

◆주민 80명 모두가 매장 주인

이달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 아파트 단지 내 한 가게. 유기농 미역과 채식 라면, 무농약 야채 등 일반 슈퍼마켓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물건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이곳은 동구청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친환경 유기농매장인 '땅이야기'다. 이달 19일 문을 연 매장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안동가톨릭농민회와 경북 칠곡군 농부장터를 통해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마을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 정부 지원금에만 기대지 않고 주민 80여 명이 1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십시일반 모은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율하지구와 안심지구 주민들은 공동체 사업을 위해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이하 안심생협)를 만들었고 3천만원 가까이 출자금이 모이면서 마을기업을 만들게 됐다.

땅이야기 매니저이자 안심생협 조합원인 이현미(39'여) 씨는 "가족 밥상에 오르는 음식은 무조건 싼 것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땅이야기가 탄생했다"며 "조합원들은 물론 내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는 인근 주민들도 많이 매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땅이야기 매장 옆에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이야기' 커피숍이 있다.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커피를 직접 만들고, 서빙하는 카페다. 바리스타들은 지적장애를 가진 지역 주민들이다.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의 지원과 동구 안심지구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 30여 명이 보탠 출자금을 모아 커피숍을 열었다. 일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생산 활동을 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노동의 즐거움을 배운다.

이곳 직원 윤필재(22'지적장애 2급) 씨는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가 제일 좋아요. (커피 만드는 거) 재밌어요"라며 줄곧 웃음보를 터뜨렸다.

◆마을을 바꾸는 '참여 의식'

매장 두 곳이 문을 열게 된 것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우리 동네 문제를 직접 해결하자'는 주민들의 바람이 10년간 이어져 왔기 때문.

안심지구 마을 공동체는 장애아동 교육문제에서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델을 만들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인 '한사랑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사랑어린이집은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을 만들자'는 대구 동구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모아 공동육아협동조합 형식으로 생겨난 어린이집이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이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통합어린이집으로 2003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다. 전체 정원은 5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비장애 아동이다. 자연친화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편견 없이 어울리는 문화 덕분에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비장애 아동들은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대기 인원이 많다.

또 안심 마을 공동체는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공부방'을 만들었고 문화적 갈증은 주민이 직접 기획한 동네 축제로 해결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은 주민들의 '참여 의식'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윤문주 땅이야기 운영위원은 "땅이야기와 사람이야기는 우리 마을이 직면한 문제를 행정기관이나 외부에서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얻은 결과물이다. 올해까지 조합원 200여 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더 큰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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