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상학의 시와 함께] 벗에게-두보(중국, 712~770)

이십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두보(중국, 712~770)

사람이 살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일이

걸핏하면 따로따로 저녁별과 새벽별 신세가 되기 십상인데

오늘 저녁은 또 어인 저녁이길래 우리는

한 개의 초 하나의 불빛 속에 마주하게 되었나

청춘 시절은 대체 얼마나 가나

벌써 귀밑머리가 반백이 되었네

옛 친구들 찾아보면 반나마 세상을 버렸는데

놀라워라 이렇게 그대 이름 부를 수 있다니 가슴 벅차네

내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그대 집 마루에 다시 앉게 될 줄

그 옛날 헤어질 땐 미혼이었는데

어느새 자식들 줄줄이 섰네

반갑게 아비 친구 공손히 맞이하며

내게 어디서 오셨냐고 묻네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삐 술상을 차려내네

밤비는 내리는데 첫물 전구지를 베어오고

노란 기장쌀 섞어 새로 밥을 지어내네

그대는 우리 또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한꺼번에 열 잔씩 거푸 마시자 하네

열 잔씩 연거푸 들이켜도 취하지 않으니

그대 변치 않는 우정에 느껍기 때문이네

날이 밝으면 또 산 첩첩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지겠지

야속한 세상사 생각하면 서로 가슴만 먹먹해지네

-시 (안상학 옮김)

헤어지면 서로 소식 알기 어렵던 시절이 그 얼마나 되었나. 북촌에서 밤새 이별주를 마시고, 그도 아쉬워 마포나루까지 나가 전별주를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강을 건너 과천까지 나가 마상주를 마시던 시절이 대체 얼마나 되었나. 헤어지면 다시 만날 기약 없던 시절이 나에겐 있었을까.

요즈음은 서로 헤어져도 소식 모를 길 별로 없는 시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벗들끼리 이별을 아쉬워하는 시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눈에 자주 보이니 가슴에 들여놓고 벗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까닭이다. 몇 날 며칠 헤어짐이 아쉬워 따라가며 따라가며 이별주를 마시고 싶은데 만만치가 않은 세월이다.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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