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는 어떤 이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어떤 이에게 진학을 위한 스펙이 되고, 어떤 이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책쓰기는 꿈을 찾는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꿈 자체란 것을, 스펙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이란 것을 압니다. 그래서 책쓰기는 휴식이요, 위로요, 도전이요, 꿈이요, 행복입니다. 사랑이었습니다.(2013년 책출판기념회 경과보고 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기억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신기하게도 들어오는 만큼 나간다. 기억이란 컴퓨터와 달라서 쉽게 지워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저장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소중히 아끼던 물건,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 향기로운 사람 냄새, 아팠지만 이젠 추억으로 남았던 시간, 그 시간 속에 저장된 풍경.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아 기억할 수도 없을 게다. 어쩌면 기억한다는 건 아직 잃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그러한 것은 있을까. 그 기억과 만나는 과정이 바로 책쓰기이다. 책쓰기 교육의 결과가 책으로 출판되었다. 7월 10일, 2012년 한 해 활동한 결과물 서른 권이 출판되고,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아담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그리고 옆 사람에게 축하를 보냈다.
이제 대구의 아이들은 책을 사서 읽는 소비자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산자와 창조자의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책으로 만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는 말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언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쓰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반성의 시선을 보낸다.
책쓰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지난한 길이다.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고 여전히 거기에 머물고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내면의 씨앗은 새싹으로 돋아나고,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책쓰기는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길이다.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어려움은 많았다. 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지며 시작되었다가 어느 순간 마무리되어야 한다. 주변의 시선도 그랬다. 하지만 책쓰기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출판기념회 경과보고를 들으며 눈물지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다. 그 눈물은 바로 책쓰기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책쓰기와 함께 한 시간은 행복했다. '13+1'(경명여고)에서 시작한 나의 책쓰기 체험은 이제 5년이 지났다. 책쓰기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꿈을 꾸고 그 꿈을 행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물론 그렇게 길을 걷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행복을 누릴 권리도 있다. 중요한 것은 꿈을 기억하고 행복을 누리는 마음 그 자체이다.
어느 시대이든 시대정신이란 게 있다. 2013년을 걸어가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꿈과 행복이다. 동의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꿈은 존재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게다. 서로 소통하고 베푸는 그런 사회, 내 꿈을 공유하고 내 행복을 나누어주는 그런 사회. 그렇게 꿈꾸는 것이 단지 꿈일 뿐일까?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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