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지은 육상진흥센터가 공사가 완료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최하는 국제대회를 열기 위해 필요한 시설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준공 승인을 미루고 있기 때문.
이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100억원가량 추가 공사비가 들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구시가 '책임 공방'을 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연면적 2만1천㎡에 달하는 육상진흥센터는 국내 최대 실내육상경기장이다. 실내육상경기장과 선수 숙소 등이 포함된 육상아카데미로 나뉜 이 센터에 총 사업비만 725억원이 투입됐다. 이 센터가 대구에 생긴 것은 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IAAF와 육상아카데미 건립을 약속했기 때문.
센터 건립 공사는 올해 5월 말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준공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공간인 웜업장(Warm up area)이다. IAAF 시설 등급 기준에는 '웜업장에 4개 레인을 가진 150m 원주(트랙)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센터에는 직선 레인만 있을 뿐 이 같은 원주가 아예 없다. 이 시설이 없으면 IAA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다며 시는 지난달 시공사와 감리단이 낸 준공 승인을 거절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지금 센터 등급은 IAAF 기준으로 4등급인데 웜업장에 이 원주만 갖추면 1등급으로 올라간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웜업장이 없으면 나중에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도전장도 못 내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공 승인이 미뤄짐에 따라 대구시는 추가 공사 대금 84억원 상당을 시공사 측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 대표인 삼성물산 측은 처음부터 시가 요구한 대로 정확히 사업을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발주 당시 시가 의뢰했던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사업을 진행했다. 시에서 설계를 승인할 때도 웜업장 시설을 문제 삼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시공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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