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 속 유해화학물질 무방비 노출…통계 빠진 오염원도 수두룩

유해 화학물질은 생산'제조 등 사업장의 취급과정뿐만 아니라 유통'소비'폐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대기로 배출되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양이 사업장보다 3.7배, 특히 화학물질에 포함된 발암물질의 경우 3.9배나 많다. 환경부의 집계는 통계자료가 부족하고 배출계수가 없는 오염원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경우 비점오염원 화학물질 배출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 조사 한계

환경부는 제품별 판매량을 확인한 뒤 유해물질 함유량과 대기배출률을 계산해 4년에 한 번 비점오염원 화학물질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조사방법은 통계자료와 업체 직접조사, 유통량 조사자료 등 3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통계자료를 활용한 배출원은 도로이동(자동차 등록 대수), 철도(연료소비량), 연료소매(휘발유 판매량과 주유소 현황), 가정연료(연료 소비량), 건설기계(등록 대수) 등이다. 업체 직접조사는 가정제품, 전지, 조명기구 등 업체의 제조량과 수입량, 판매량, 처리량 등을 파악한다. 유통량 조사자료 활용은 건설 및 산업도장, 인쇄출판, 염색표백 등의 배출원에 대해 적용된다.

하지만 환경부의 집계는 자료의 부족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이동 배출원의 경우 자동차 주행속도에 대한 실측자료가 부족해 차선별 제한속도의 80%를 주행속도로 가정하고 배출량을 산정했다. 시내버스 등 CNG(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배출가스 함유정보가 없어 산정에서 제외됐다. 50cc 미만의 이륜자동차는 2010년 조사 때까지 등록 대수 파악이 불가능했고, 2012년 1월 등록이 의무화돼 다음 조사에서 배출량 계산이 가능하다.

연료소매업인 주유소의 경우도 휘발유에 대해서만 연료 주유 때의 배출량을 집계하고 있다. 경유와 등유, LPG 등은 배출계수가 개발되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돼 있다. 건설기계 역시 굴착기와 기중기, 지게차 등 6종의 건설기계에 대해서만 배출량을 계산했고, 콘크리트 펌프와 쇄석기 등 20여 종의 건설기계는 배출계수가 개발되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됐다. 배출계수는 배출량을 직접 측정해 통계적으로 산출된 평균배출량 값으로 이를 활용해 유사한 배출원의 배출량을 산정하게 된다.

가정제품의 경우 조사대상 240종 제품군이 동일 제품군이라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가 넘는 제품이 있어서 해당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가 정확한 정보를 제출하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특히 수입업체는 조사대상 수입 완제품의 물질정보(화학물질명, 함유비율)를 확보하기 힘들다.

◆쉽지 않은 대책 마련, 측정망 확보 시급

더 큰 문제는 비점오염원으로 배출되는 화학물질 중 자동차 매연과 중소 염세표백업, 연료소매업 등을 제외하고는 당장 지도점검과 개선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5일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점오염원인 '사업장'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다. 2015년까지 2조8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사업장의 노후'취약시설을 개선하고, 석유화학업계 중심으로 채택되어온 누출탐지'보수시스템(LDAR)을 다른 업종까지 확대하는 등 전문장비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상목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연구과 사무관은 "비점오염원은 특정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도로와 가정제품 등 일상 속에 퍼져 있기에 상시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조사 자료가 쌓이게 되면 내연기관 개선이나 첨가제 규제, 천연연료 개발 등의 경우처럼 화학물질 배출원별로 어떻게 관리할지 10~20년 장기적인 정책마련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비점오염원 화학물질 중 자동차 공해와 광화학반응을 통해 오존 등을 만들어 스모그를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에 대한 저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심 내 운행 빈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많은 시내버스는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2014년까지 1천600여 대의 시내버스를 모두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청소차 역시 천연가스 차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5t급 2천700만원, 11t급 4천200만원의 보조금을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다. 또 운행 경유 자동차 중 노후차량 등을 중심으로 200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부터 매연여과장치 부착과 저공해 엔진 개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유화학제품의 제조'저장시설과 저'주유소의 저장'출하시설, 페인트제조업 등에 대해 지도점검을 하고, 2008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라 주유소 주유시설의 유증기 회수장치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대책은 당장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배출된 화학물질이 대구 대기오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13곳인 대기측정망을 최소 35곳으로 늘려 도시의 평균대기 데이터 자료를 축적하고 6개 측정 항목 이외에 발암물질 등 세분화된 항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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