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떠나고 도시는 텅 비었다. 안 떠날 수가 없다. 우리 가족도 회의를 열었다. 계곡, 바다, 시골집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끝에 자연휴양림에 가기로 했다. 가족이 함께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목적지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성주봉자연휴양림.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휴가철이었지만 평일이라 그리 힘들지 않게 휴양림을 예약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휴양림은 물론 계곡에 있는 깨끗한 사설 캠핑장도 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주봉자연휴양림. 우선 푸른 녹음이 눈을 닦아 준다. 눈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시원한 계곡물은 귀를 즐겁게 한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발도 즐겁다고 한다.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살랑살랑 계곡의 바람은 몸 안에 든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시켜준다. 그러고 나니 스르르 잠이 든다. 일어날 때까지 내버려둔다. 이게 해방, 아닌 자유인가 보다. 정말 좋다.
캠핑장에서의 아버지는 가족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안전한 잠자리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위험, 나아가 맛난 먹거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다행히 데크 2개를 빌렸다. 근사한 집 한 채 짓고, 한쪽에는 방수 그늘막인 '헥사타프'로 식당 겸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순식간에 보금자리가 만들어졌다.
우리 텐트 주위로 하나 둘 이웃이 자리 잡는다.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좋은 이웃이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캠핑장에서의 이웃은 도시생활과는 다르다. 아파트 생활은 층간 소음문제로 다투거나 옆집과의 소통 부재로 오는 어색함 등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캠핑장에서의 이웃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가족 캠퍼들은 좋은 이웃이 된다. 숲이 주는 여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듯 자연은 사람을 넉넉하게 해준다.
이웃한 캠퍼는 대부분 친절하다. 소심한 우리 아이들도 순식간에 이웃한 캠퍼의 자녀들과 눈이 맞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함께 논다. 얼마나 친구들과 노는 것에 목이 말랐을까? 캠핑장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고 사교장이 된다.
이웃 캠퍼와의 거리는 3m 남짓, 담이 없으니 귀 기울이고 들으면 소곤거리는 소리도 다 들려온다.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난다. 슬쩍 훔쳐보며 살짝 기침 소리를 내니 떡볶이 한 접시가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한층 가까운 이웃이 된다. 차도 마시고 가볍게 술도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아이들은 밤하늘의 별을 세다가 잠이 든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된다. 하지만 아빠는 다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가족의 아침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처럼 고기를 굽고 샐러드를 만드는 등 만찬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어제 먹다 남은 것으로 간단히 아침을 준비하면 된다. 아침 준비를 다 했는데도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깨울까 하다가 내버려둔다. 먼저 아이들이 일어난다.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설거지도 아빠 몫이다. 설거지하는 동안 아내는 커피를 준비한다. 비록 믹스커피지만 아내와 마시는 커피는 맛있다. 커피를 마시며 아내가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평소 보던 아내 눈빛이 아니다. 사랑이다. 아마 힘듦을 자처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순간 힘듦이 사라진다. 이게 부부인가 보다.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계곡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물장난하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여름 휴가는 자연 속에서 좋은 이웃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제대로 된 힐링을 했다.
박규열(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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