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재산면에 있는 청량사는 천년고찰이다. 절을 품고 있는 청량산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일찍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잦아 해동서성(海東書聖)이라 일컬어지는 신라의 명필 김생으로부터 비운의 학자 최치원이 머물렀으며, 조선조 성리학자 주세붕을 비롯하여 거유 퇴계 이황 등이 학문을 연마하고 수양한 곳이다.
특히, 퇴계는 청량산을 사랑해 '청량산 육육봉을 아나니 나와 백구/ 백구야 훤사하랴 못 미들 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까 하노라' 즉, '청량산 12봉우리의 아름다움은 나와 백구만 아는데, 백구 너 야단스럽게 떠들지 말라, 미덥지 못한 것은 백구뿐만 아니라 복숭아꽃도 마찬가지구나. 떨어져 흘러 내려가다가 보면 어부가 무릉도원인 줄 알고 찾아올까 두렵다'고 노래했다.
또한 홍건적의 난으로 나라가 위태로웠을 때에 공민왕이 몸을 피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청량사를 창건한 원효(元曉'617~686) 대사와 가지가 세 개 돋아난 소나무에 관한 것이다.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 스님이 청량사를 창건하기 위하여 갖은 애를 쓰던 중 하루는 절 아래 마을을 내려가게 되었다. 그때 마침 뿔이 세 개 달린 소를 몰며 논일을 하는 농부를 만났다. 스님이 자세히 보니 소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 오히려 애를 먹이고 있었다. 이에 농부에게 이르기를 '소를 시주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였더니 농부는 마치 스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럼 그러자'고 했다. 이까리('고삐'의 경상도 사투리)를 받아든 스님은 소를 몰고 절로 돌아와 일을 시키니 농부가 시킬 때와는 달리 말을 아주 잘 들었다. 목재며 건축재료 등 청량사 신축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이 삼각우(三角牛'뿔 셋 달린 소)가 운반했다.
그런데 준공을 하루 앞둔 날 안타깝게도 열심히 스님을 도왔던 삼각우가 그만 죽고 말았다. 스님은 고마운 그 소를 위하여 유리보전 앞에 묻어주고 뿔 셋 달린 소의 무덤이라 하여 삼각우총(三角牛塚)이라 하였다. 그런데 그 삼각우총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하더니 커서는 뿔이 세 개 달린 것처럼 가지가 셋으로 갈라져 자랐다. 모두 신기해하며 삼각우송(三角牛松)이라 불렀으며 뿔 셋 달린 소는 지장보살의 화신(化身)이라고도 하였다."
원효대사는 의상 대사와 더불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잠결에 머리맡에 놓인 물을 먹어보니 꿀맛이었다가 날이 밝아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라 역겨워지는 것을 느끼고 물이라는 같은 사물을 두고 보지 아니하고 먹을 때와 보면서 먹을 때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 다른 것을 보고 세상의 모든 현상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아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와 독학으로 불교를 공부한 훌륭한 스님이다. 또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설총을 낳아 계율을 파계하고 남루한 옷을 입고 거지 등 하층민들 속에 파고들어 신라불교를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비구니 여여(如如)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동 모처로 거처를 옮기려고 하는데 같이 가보자는 것이었다. 승용차로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오지로 화전민이 살다 간 빈집이었다.
높은 산이 주위를 둘러싸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뿐이어서 보통 사람으로는 일주일도 못 살 열악한 곳이었다. 그러나 스님은 이곳을 수행처로 삼고 틈틈이 차를 만들어 수익금이 모이면 오갈 곳 없는 노(老) 비구니들을 모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청량사에 들러 삼각우송을 보았다. 수령이 천 년도 더 지났다니 아주 큰 나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가지가 셋인 것은 분명했다. 공민왕의 친필 유리보전 글씨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여 스님과의 인연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 후 스님에 대한 소식은 못 들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것이다.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ljw1674@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퇴임 D-1' 문형배 "관용과 자제 없이 민주주의 발전 못해" 특강
"조직 날리겠다" 文정부, 102차례 집값 통계 왜곡 드러나
안 "탈당해야" 김·홍 "도리아냐"…국힘 잠룡들 尹心 경계 짙어질까
이재명 "대구·경북의 아들 이재명, TK 재도약 이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