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낭만파 음악의 진수인 슈베르트의 작품을 묶어 대구팬들 앞에 나선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이 10일 오후 8시 아양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것. 연주 인생 40년 동안 항상 한 작곡가가 한 시리즈를 선택하면 몰아치듯 철저히 파고들어 왔던 그의 기질이 그대로 묻어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건우는 10세 때 국립교향악단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 무대를 가지는 등 일찍이 피아니스트로 두각을 나타낸 바 있으며, 1961년 뉴욕으로 옮긴 후 줄리아드 스쿨 음악학교에서 로지나 레빈(Rosina Lhevinne)을 사사하며 나움버그 국제 콩쿠르와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촉망되는 연주자로 급부상했다. 이후 197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가진 라벨의 독주곡 전곡 연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1992년 스크리아빈 작품집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했고, 1993년에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으로 디아파종상과 프랑스 3대 음반상을 수상, 2002년에 포레의 피아노 독주곡집 음반으로 '올해의 황금 디아파종상'을 수상하며 유럽 언론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00년 9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초청을 받아 중국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베이징에서 연주를 갖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레퍼토리는 '슈베르트'다.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D.899 Op.90 No.1.2.3.4'를 비롯해 '음악적 순간 D.780 Op.94 No.2.4.6', '3개의 피아노 소곡 D.946 No.1.2.3'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슈베르트 특유의 깊고 편안한 음악 세계와 누구보다 진중한 백건우의 조합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백건우는 "요즘 젊은 연주자들은 겉으로 나타나는 화려함이나 쇼맨십에 너무 치중해요. 청중도 그런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반짝 빛을 내다 사라지는 오래 남지 못하는 연주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한마디로 음악이 위태롭습니다. 음악은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오랜 시간을 요구합니다"고 음악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혔다. 그가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연주가 아닌 작곡가 하나하나를 깊이 파고들어 작품의 전곡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라벨과 무소르크스키, 포레, 모차르트, 베토벤, 리스트, 스크리아빈을 비롯한 일련의 러시아 작곡가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걸어온 길에는 작곡가의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백건우라는 이름 앞에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바로 한 우물을 파는 아티스트의 집념 때문이다. 아양아트센터 김형국 관장은 "이 시대 최후의 로맨티스트인 백건우의 손을 통해 슈베르트의 혼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VIP석 7만, R석 5만, S석 3만, A석 1만원. 053)230-3318.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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