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뮤코다당증 앓고 있는 천진현 군

물도 음식도 배에 꽂힌 호스 주사로 먹어요

이은미(45) 씨가 아들 천진현(9) 군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물을 먹이고 있다. 뮤코다당증과 뇌병변을 앓고 있는 진현이는 폐렴으로 커질 가능성이 커 아예 위와 직접 연결된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은미(45) 씨가 아들 천진현(9) 군에게 주사기를 이용해 물을 먹이고 있다. 뮤코다당증과 뇌병변을 앓고 있는 진현이는 폐렴으로 커질 가능성이 커 아예 위와 직접 연결된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은미(45'여'대구 북구 구암동) 씨는 점심때가 되자 컵 두 개와 주사기를 들고 와 아들 천진현(9) 군 옆에 앉았다. 컵 하나에는 걸쭉한 이유식, 다른 컵에는 물이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주사기를 이용해 진현이의 배에 꽂혀 있는 호스로 이유식을 먼저 집어넣었다. 뮤코다당증에 뇌병변까지 앓고 있는 진현이는 음식물을 삼키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침도 잘못 삼켜 기도로 들어가 괴로워하는 일이 많다.

진현이의 이유식은 조금 특이하다. 다른 이유식이나 환자 영양식과 다르게 탄수화물이 거의 없다. 진현이가 선천적으로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채 태어났기 때문이다.

◆생후 5개월에서 멈춰버린 진현이

진현이는 뮤코다당증과 뇌병변을 앓고 있다. 뮤코다당증은 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갖지 못하고 태어나 탄수화물에서 분해된 당이 몸에 쌓이면서 몸을 망가뜨리는 병이다. 진현이가 뮤코다당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태어난 지 5개월이 됐을 때였다.

"감기에 걸려 열이 심하게 오르더니 양쪽 귓구멍에 큰 혹이 생겼어요. 이비인후과에 데려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메스로 혹 부분을 찢더니 거기에 항생제를 조금씩 떨어뜨리더군요. 그런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고 고통스러워했어요. 어른인 저도 귀에 뭐가 나서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픈데 아이는 오죽했겠어요. 문제는 그 고통이 진현이의 평생을 결정해 버렸다는 겁니다."

이 씨는 고통스러워하는 진현이를 안고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진현이의 상태를 본 병원 의사들은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검사 후 이 씨는 진현이가 뮤코다당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귀 치료 때 받은 고통이 뇌에 쇼크로 작용하는 바람에 뇌 기능도 더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결국 진현이의 뇌 성장 시계는 생후 5개월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진현이가 현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과 왼쪽으로 돌아눕는 것뿐이다. 다른 신체능력 또한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진현이는 뇌뿐만 아니라 몸의 성장도 남들보다 훨씬 더디다. 4, 5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체구가 작고 말랐다.

◆죽을 고비를 넘기다

이 씨는 '서울의 병원에서는 혹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진현이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진현이의 병을 고칠 방법은 없었다.

"그때 만난 의사 선생님이 진현이를 진찰하고 나서 그러시더군요. '서울까지 와서 갖은 검사를 한다 해도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없어요. 아이만 힘들고 돈은 돈대로 쏟아붓는 것밖에 안 되니 그때그때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세요'라고요. 차라리 안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 뒤로 이 씨는 의사의 충고대로 진현이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대구시내 종합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했다. 특히 올 초엔 진현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감기에 걸린 진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면역력이 너무 약해 가벼운 감기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더니 나아갈 때쯤 장염이 발생했고, 거기에 감기가 다시 들면서 진현이의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진현이가 계속 끙끙 앓더라고요. 아파도 앓는 소리를 잘 안 내던 아이였거든요. 아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고통스러워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왜 이렇게 아파하는지 알려달라고, 무슨 치료라도 해 달라고 사정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진현이는 지금 패혈증에 걸린 상태인데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 놀랄까 봐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진현이의 패혈증은 투여한 항생제 중 하나가 진현이의 증상에 맞는 약이 있어 겨우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현이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그만큼 더 약해져 버렸다.

◆"어떻게든 함께 이겨 낼 거예요"

올봄을 병원에서 보낸 진현이와 이 씨는 다시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뮤코다당증에 걸린 아동은 면역력이 일반 아동들에 비해 형편없이 약하기 때문에 올봄과 같은 상황을 자주 겪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 자체가 허약한 상태여서 어른도 견디기 힘든 패혈증의 고통을 진현이가 얼마나 견뎌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현이에게 들어갈 병원비도 막막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이 씨는 한 달에 정부 보조금 90만원과 수예공장에서 쿠션 만드는 일을 가끔 도와주면서 받는 10만~15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올봄에 진현이 치료비로 들어간 병원비만 1천200만원이나 됐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와 지인들을 통해 조금씩 빌린 돈으로 진현이의 병원비를 대야 했다.

여기에다 매달 들어가는 진현이의 병원비도 20만~60만원 정도다. 약 또한 비급여대상이 많아 부담이 크다. 진현이가 먹는 이유식도 뮤코다당증 아동을 위해 특수가공된 이유식이라 한 달에 30만~40만원 정도 든다. 이 씨는 임시방편으로 신용카드 할부 결제로 이 비용을 해결하고 있다.

이 씨와 진현이를 도와줄 가족도 없다. 남편은 진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두 사람 곁을 떠나버렸고, 현재는 법적으로도 남남이 됐다. 친정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손 벌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 씨 또한 돈을 벌고 싶지만 진현이를 돌봐야 하고 이 씨 자신도 갑상선 저하증과 턱뼈 디스크, 십이지장궤양 등을 앓고 있어 적극적으로 돈을 벌러 나서기 어려운 상태다.

이 씨는 주변에서 자꾸 '한계'라는 말을 할 때마다 힘이 빠진다.

"언젠가는 진현이가 못 버티고 제 곁을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병의 차도가 없다더라도, 지금처럼만이라도 진현이가 제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현이와 저는 오랫동안 함께할 겁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매일신문'대한적십자사 공동기획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