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경계'

문화와 예술은 다르다. 하지만 정책적 혹은 행정적 필요에 의해 둘을 뭉뚱그려서 '문화예술'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시간이 오래되면서 우리는 그 말에 무척 익숙해졌다. 그리고 문화예술에 자본이 개입되고 고용 창출 효과 등이 부각되면서, 문화예술에 산업적인 측면이 더해진 문화산업의 시대로 흐르고 있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은 어떤 면에서는 다른 점이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한 점도 있다.

대구시와 서울시의 경우만 살펴봐도, 시의 행정조직에 문화예술과와 문화산업과가 존재한다. 두 부서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면 행정적으로는 주어진 임무의 경계가 분명하고, 역할 또한 명확하게 정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경계점에서 생길 만한 문제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든 행정적으로는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이 어디에서 어디까지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놓을 수 있으니 참 깔끔해 보인다. 그러나 관의 조직과 달리 현장에서는 그런 구분이 참 모호하고 풀기 어려운 과제가 많이 발생한다.

어느 분야나 비슷할 수 있지만 공연예술계에서 특히 그런 문제를 찾기 쉽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예술은 문화예술의 영역과 문화산업의 영역 모두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상황에 따라서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산업의 일선에 선 직업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통상적으로 예술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직업군과는 다르게 보는 인식이 많다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똑같은 공연 한 편을 두고 누군가는 문화예술이라고 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문화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무엇이라고 불러도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결국 두 가지 측면은 항상 공존하며 그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혹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를 자신과 다르게 대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공연 제작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예술을 하는 것이니 돈에 신경 쓰지 말고 함께 고생하자'며 문화예술을 부르짖다가 정작 수익을 배분할 때는 문화산업의 원칙을 내세우며 고생의 등급을 이해하기 힘든 기준으로 나누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원칙과 기준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갑이 된 누군가는 자신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불합리한 상황을 알면서도, 바로잡을 만한 힘이 대다수의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문화예술계의 선배나 선생님을 의미하므로 을이 된 후배들은 문화예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상황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쉽게 말해 정당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면서 돈을 밝히는 후배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행정 관서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각종 지원금을 주는 이유는 누구 하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고생한 대가로 어느 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이지만 당장은 자생력을 갖기 어려워서 혹은 경쟁력을 지닌 문화 상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하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지원금 사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는 당연히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당장은 해당 지원 사업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 수익 배분은 대표니까 혹은 선배니까 하는 관습이 아니라 맡은 역할의 중요도와 가치가 반영된 문화산업적인 셈법이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고 객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두 가지 잣대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바꿔가면서 적용하는 행태를 일삼는 분들은 이제 제발 그만두기를 바란다. 단언컨대,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사람 옆에 남아있을 사람은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화예술인 각자가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돌아보면 어떨까?

안희철/극작가 art-pl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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