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기변명에 바쁜 국무총리 후보라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논란을 빚고 있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조는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에 가까웠다. 이런 정도의 해명으로 과연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조선민족의 DNA는 게으름'이란 발언에 대한 해명이다. 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문 후보자는 윤치호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5일 '해명'에서는 189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 여성 회원인 비숍의 글을 인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친일 변절자인 윤치호의 말을 인용한 데 따른 여론의 비판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숍 여사의 말은 자신의 말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논거, 다른 말로 하면 '빠져나갈 구멍'으로 안성맞춤이다. 문제는 '인상비평'에 가까운 비숍의 조선인 비판이 객관적이고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국민성은 한마디로 쉽게 규정할 수 없다. 국민 중에는 게으른 사람도 있고 부지런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을 게으르다고 한 것은 일반화의 오류다. 일부 조선인을 만나본 경험을 모든 조선인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자의 '비숍 인용'은 권위 있는 사람의 진술이나 개념에 의존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잘못된 권위 의존의 오류'다.

'일제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란 발언의 해명도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 후보자는 "일반 역사인식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나눈 역사의 종교적 인식"이라고 했다. 이는 심각한 물음을 제기한다. 일제 식민지배는 그가 믿는 종교 전체의 인식인가 아니면 그만의 인식인가. 그리고 일반 역사인식과 종교적 인식이 충돌할 때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일반 역사인식을 선택하게 되면 종교인으로서의 '믿음'을 버리게 되고 우리나라가 신정국가가 아닌 세속국가인 이상 종교적 인식을 택하면 공인의 자격은 상실된다.

문 후보자의 '해명'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해명이라고 하지만 해명이 아니고 사과라고 하지만 사과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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