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육 교수들이 본 월드컵] 경기 전날 저녁식사는 국수·밥·구운 감자

태극전사들이 90분 동안 지치지 않고 경기장을 누비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 힘은 승리를 향한 선수의 투지와 밤잠을 설치며 응원하는 국민의 염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잘 짜인 식단'이다.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식사는 한 끼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실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시합에서 승리하려면 과학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사 즉 에너지 보충이다. 선수가 식사만으로 시합을 이길 수는 없지만 나쁜 식사 때문에 시합을 망칠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할까 노심초사하는 이가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지금까지 홍명보호와 함께 뛰는 김형채 조리장이다. 그는 쌀밥이 생각나는 선수들이 별다른 걱정이 없도록 배려하며 육류, 해산물, 채소류 등을 적절히 배분해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조리장의 노력으로 태극전사는 매일 영양가 만점의 식사를 꼬박꼬박 챙긴다. 김형채 조리장은 "고맙게도 모든 선수들이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준다"며 "남아공 대회 때도 내 요리를 먹고 16강에 올랐는데 정말 행복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 이상의 성과를 올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축구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스포츠로서 무산소 에너지대사를 통해 당질(글리코젠)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 비율이 높아서 글리코젠을 간과 근육에 충분히 축적하여 시합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월드컵 기간 내내 근력과 기술, 지구력을 유지하려면 과학적인 영양관리가 필요하다.

경기 전날에는 글리코젠이 소모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운동량을 줄이고 밥 위주의 당질식을 하며 과식은 금한다. 그것은 위가 팽창되고 가스가 생겨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기 전날의 저녁식사로는 고당질, 저지방식으로 국수, 밥, 구운 감자가 좋으며 이외에도 저지방 우유에 시리얼을 타 먹는 것도 좋다.

경기 당일의 식사는 3시간 30분~4시간 전에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2시간 이내에 식사하면 높아진 혈당에 의해 분비된 인슐린이 지방의 이용과 동원을 억제함으로써 당질의 이용을 촉진한다. 그래서 운동 초기의 당질 연료소비율이 높아져 저장 글리코젠이 일찍 고갈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분은 갈증 예방 차원에서 경기 1시간 전에 약 500㎖를 마시며 젖산 축적을 막기 위해 비타민B군, 비타민C 등 수용성 비타민을 섭취한다.

경기 전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심리적 측면이다. 그래서 식사는 익숙한 것이어야 하며 즐길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더구나 시합 전의 식사는 새 음식을 시험해 볼 수 없으므로 훈련 중 어떤 유형의 식사가 가장 적절할지 각자의 체질에 맞는 식사를 찾아야 한다.

경기 후에는 결과가 좋으면 식욕이 좋아서 필요 이상으로 먹게 되고, 반면에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식욕이 떨어져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고 즐거운 식사를 통해서 마음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근육 글리코젠 보충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음식섭취를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일찍 고당질을 섭취해서 근육 글리코젠 보충을 해야 하며 이때 신맛을 내는 감귤류를 같이 섭취하여 피로회복 및 몸속의 나쁜 산소(활성산소)를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다.

태극전사의 승리를 위해 정성을 쏟는 식사 담당 스태프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상직 위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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