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격차를 3배까지 허용하는 선거법 조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최다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인구비례를 2대 1 이내로 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내년 말까지 개정입법을 완료할 것을 주문했다. 20대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6개월이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헌재 판단 어떻게 바뀌었나?
헌재가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해 헌법에 맞지 않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one person, one vote' 원칙은 선거구 획정 논란 때마다 헌재가 유지해온 대원칙이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계속 줄여온 세 번의 결정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헌재는 첫 번째 1995년 결정에서 선거구 인구 비례를 4대 1(선거구 평균 인구의 ±60% 이내)로 제시했다. 당시 최다선거구였던 부산 해운대기장은 최소선거구였던 전남장흥 인구의 6.05배에 이르렀다. 당시 장흥 인구의 4배가 넘는 선거구가 40곳 정도였고, 상하 60% 편차(상하한 인구 비율 4대 1)를 벗어나는 선거구가 22곳이었다. 결정에서는 "단원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겸하고 있고, 도농 간 인구 편차와 불균형이 외국보다 심해질 수 있어 선거구 간 인구비례 원칙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01년에는 3대 1(±50% 이내)로 제시했다. 2001년 결정 때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2대 1 또는 그 미만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결국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계속 줄어 13년 만인 이번 결정에서 2대 1(±33⅓% 이내)까지 낮췄다. 2001년 당시 헌재는 "상하 33⅓% 편차 기준을 적용하는데 난항이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기 어렵다"면서 ±50% 편차 기준을 적용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2001년에도 상하 33⅓% 편차(상하한 인구 비율 2대 1)를 벗어나는 선거구가 81곳이었고, 그중 상하 50% 편차(상하한 인구 비율 3대 1)를 벗어나는 선거구가 30곳에 달했다. 하지만 헌재는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인구 편차가 상하 33⅓% 또는 그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인구비례 2대 1 가능성을 남겼다.
한편, 이번에 헌재는 투표가치 평등 원칙 외에 새로운 근거도 내놨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대원칙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지역대표성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로 상당 부분 대체됐다고 보는 것이다.
◆외국 선거구 조정 사례
미국은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선거구 인구가 같아야 하고, 절대적 평등인 0에 가깝도록 편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평등선거 원칙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 독일의 인구 편차는 원칙적으로는 ±15%이고, ±25%를 벗어나지 않도록 탄력적인 입법 장치를 마련했다. 일본도 1994년 제정 선거법에서 최소 선거구와 최다 선거구 인구 편차가 2배를 넘지 않도록 하되 제반사정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인구비례 2.3대 1인 선거구가 위헌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인구비례를 중시하는 국가는 지역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따로 두고 있다. 상하양원제를 취하는 국가들은 연방이나 지방 대표자를 인구에 상관없이 상원의원으로 뽑아 지역 이익을 대표하도록 했다. 미국'스위스는 주마다 2인, 스페인은 각 지방에 4인씩 상원의원을 두고 있다. 상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는 다르게 정했다. 상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완화해서 지역대표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본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은 2대 1 이내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은 5대 1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같은 예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확대될까?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영호남지역 의석 수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대신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충청권 의석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헌재 의도와는 달리 영호남 지역의 '정치적' 평등권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판결이 날 때마다 모자라는 선거구를 쪼개고 붙이는 식으로 변화를 최소화하다 보니 지역 정치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구 조정 문제를 선거제도 개편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양원제'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석패율제 등이 그것이다.
양원제는 지역 대표를 상원의원으로 뽑는 방법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가수준에서 지역을 대표하므로 수도권 집중 완화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 크기를 키워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역구에 따라 3등, 많으면 4, 5등도 당선될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라며 "소선거구제는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강화해온 제도적 기반이므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선거구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자"고 했다.
일각에선 중대선거구제보다 지역밀착성을 높인 도농복합선거구제도 거론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표의 등가성 원리를 살리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려면,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선거구가 3곳 이상인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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