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 질서 지킬 '한국판 애국법' 필요하다

검찰이 '한국판 애국법'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지검장 김수남)은 국가 안보 위해(危害) 사건이나 테러 범죄에 대해 압수 수색이나 계좌 추적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 및 사이버상에서 수집한 증거능력을 좀 더 쉽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증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증거법을 개정하여 '한국판 애국법'이 될 형사소송 특례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일련의 간첩 사건에서 법의 경직성 때문에 심각한 간첩사건도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공(對共)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메일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지령이 발견됐지만 재판부가 그 메일 작성자를 법정에 세워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상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지령을 내린 북한 인사를 대한민국 법정에 불러와야 간첩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 이 땅은 수많은 남파'고정'자생 간첩이 암약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 인권 침해를 우려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자유와 권리가 주어졌다. 하지만, 국본(國本)인 민주질서를 갉아먹고 자유질서를 희롱하는 '반(反) 대한민국' 사범을 그냥 두어서는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작년 11월 간첩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된 40대 여간첩은 구치소를 찾아온 특정 성향 변호사가 거짓 진술을 종용하고, 북한 세습을 미화하자 "변호를 그만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여간첩이 보기에도 대북관에 문제가 있는 변호사들이 모임을 결성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변론권 명목으로 집요하게 개입하여 공판을 지연시키는 일을 버젓이 행하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이 해법을 찾고 있는 '한국판 애국법'을 만들 때는 미국의 애국법(USA Patriot Act)이나 독일의 국제테러대책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제정한 애국법에서 인권도 자유도 안보의 토대 위에서만 성립 가능한 가치임을 명확하게 했다. 그래서 미국의 애국법은 법원의 허가 없이 수사 당국의 결정 만으로 1년간 테러나 간첩 혐의자 이메일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독일의 국제테러대책법 역시 테러용의자나 간첩 사범의 구속 조건과 계좌 추적 조건은 일반 형사범과 달리 대폭 완화해두었다. 한국판 애국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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