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입법 권한 싸움, 대통령이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반면 야당은 이날 정부 시행령 중 상위법 위반사례들을 발표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령의 정리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청와대와 여야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발단은 야당이 지난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연계해 본회의를 통과시키면서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상의 조사1과장 신분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현행 국회법 일부 규정을 바꿔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로 고쳤다.

이는 입법 권한 논란을 낳았다. 국회가 행정입법에 개입해 정치적 흥정의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정부 여당의 필요법안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야당이 원하는 쪽으로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특정 시행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정국회법으로 손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정입법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시행령의 모법(母法) 위반 여부의 판단은 사법부 권한이므로 국회법 개정안이 3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2000년에도 새누리당은 '시행령과 모법이 어긋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국회법 개정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위헌 논란으로 '시정을 요구한다' 대신 '그 내용을 통보한다'로 수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다시 국회에서 통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가 많고 옳지 않은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것은 마땅하다. 이는 통치의 고유권한 행사이자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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