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성못 소유주 동의 없이 관광지 만들겠다는 수성구청

수성못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구의 대표적 명소다. 도시철도 3호선 개통과 함께 방문객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연간 1천만 명이 찾는다. 수성구청이 수년간 수성못 개발에 공을 들여 주변 환경이 확 바뀐 덕분이다. 구청은 한 걸음 더 나가 외국 관광객 유치와 도시 활성화를 위해 관광명소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런 수성구청의 장밋빛 계획에 대해 수성못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최근 농어촌공사 달성지사는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자신들과 협의 없이 관광지 지정과 일대 개발을 추진했다며 수성못을 사들이지 않으면 손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수성못 첫사랑'이라는 가요를 만들고, 수성구청이 관광지 지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기에 당연히 수성못은 대구시나 수청구청 소유일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까지 남의 땅에서, 소유주의 허락도 없이 수많은 개발 공약'계획을 쏟아냈다고 하니 좀 어이가 없다. 농어촌공사 처지에서는 자신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관광지 추진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구시가 농어촌공사에 몇 차례 수성못 매입을 약속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들일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지난 2003년 수성못 토지 20만3천㎡(매각가 186억원) 중 4만7천㎡만 분할 매입하고, 나머지는 2020년까지 매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예산 사정을 내세우지만 수성못을 사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수성못이 공원화된 마당에 굳이 큰돈을 들여 매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성구청이 소유주가 공공기관이라고 편의대로 관광지 지정을 추진하면 나중에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구청은 소유주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개발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수성못의 관광지화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호젓한 공원을 흔하디 흔한 관광지로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구청장 개인의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먼 미래를 보면서 수성못을 가꿔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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