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정보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학부모는 필연적 선택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입시세계에서 내키지 않는 자유에로 던져진 존재가 된다. 유익한 입시 정보가 없나 하고 이곳저곳 동냥하러 다니는 디지털 걸인이 된다. 입시 관련 기사도 찾아보고, 대입 관련 카페도 찾아본다.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대학입학처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보통 중요한 정보는 다수를 위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를 상대로 정보를 생성하고 배포해야 나름 자본주의적 존재 가치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벤덤의 양적 공리주의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가치관이 여기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생성, 전달해야 할 정보는 무한정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맞는 유익한 입시 정보를 별도의 노력 없이 구하기는 힘들다. 불안한 마음에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닌다. 입시설명회를 가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레이아웃된 입시 정보들은 무차별 폭격을 가해 학부모들을 멘붕상태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입시가 생소한 학부모에겐 입시 책자가 보물섬 지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보물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학입시 요강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보물찾기 진실 게임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집단에서는 '내신의 불리함'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그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은 꿈도 꿀 수 없다. 요즘 대세라고 일컫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불확실성, 불예측성, 애매모호함과 비공개성으로 카멜레온 습성이 있다. 6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불안한 마음에 지원을 하지만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서 학부모들은 심리적 폭주기관차가 된다.
지난 5월 평일 오전에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생의 내신 성적 산출을 해보니 입시기관에서 나온 결과와 대학 입시요강을 보고 자신이 직접 산출한 것과 다른데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학교로 오셔서 함께 내신 산출을 하자고 말씀드렸다. 입시설명회란 설명회는 안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다. 때론 서울도 마다하지 않는 KTX 주요 고객이 된다. 이 학부모가 진로진학상담실에 오셨다. 대학 입시요강에 나온 산출 방법을 설명해가면서 차근차근 함께 산출해갔다. "단위 수 적용이 잘못되었네요. 아! 이제 알겠어요." 그리고 잠시 후 궁금한 것들을 풀어놓는다. "선생님, 우리 애가 OO대학 OO학과를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 정도 내신과 스펙으로 합격이 가능할까요?" 이런 경우 이전 합격한 학생의 학생부 정보와 분석이 없다면 난감해질 수 있다. 다행히 지원 희망하는 동일대학 동일학과에 미리 합격한 졸업생의 정보가 있었다. 학부모와 나는 비교 분석을 해보았다. 학부모는 "힘들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식의 짐을 함께하고 싶지만 그 길을 찾지 못한 안타까움의 민낯을 보았다. 올해도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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