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TK 등신론(論)

하루에도 수십 건의 정보가 전자우편으로, 카톡으로, 문자로 쏟아져 들어온다. 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장문의 글이 들어왔다. 언뜻 보니 제목이 일단 깜찍했다. '대구경북(TK) 등신론'이다.

TK가 등신이라고? 내용은 이랬다. 서울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떠도는 이야기인데 TK는 청와대의 새 주인을 고르는 데 있어서 전략적 투표도 할 줄 모르는 등신이라는 것이 글의 요지다.

글을 풀어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TK 지지율 1위인 안철수 바람에 대한 해석이다. TK 보수층이 문재인 당선을 막으려고 안철수를 찍겠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 TK 보수층의 안철수 지지가 'TK 보수정치의 몰락'을 부른다는 역설을 TK는 모르고 있다, 그러니 TK가 등신이라는 것이다. TK가 등신이니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유찍문'(유승민 찍으면 문재인 된다)과 같은 단순논리에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들어 있었다.

'TK 등신론'은 다음과 같은 통사적 이론도 담았다. '대선과 같은 대형 선거에서 특정 지역이 캐스팅보트를 쥐려면 단순 지지가 아니라 발언권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충청이 오랫동안 전국 단위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충청의 표심이 아니라 김종필이라는 상징적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정치인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1991년 3당 합당에 임했다가 2007년 이전까지 15년 동안 TK 대선 후보를 내기는커녕 보수 정당 내부에서도 배척을 당해 자민련으로 분화되거나, 민국당을 창당했다가 수모를 당한 전력이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도 TK의 상징적 정치인을 만들지 못한 채 다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되면 대선 이후 정국에서 TK의 정치적 이익은커녕 발언권조차 얻지 못한 채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것이라고 이 글은 단언했다. 이 글에 따르면 유승민 등 TK 후보는 전략적으로 키우려 하지 않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TK 등신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근거라는 것이다.

최근 몇 주간 주말마다 기자가 만난 대구의 택시기사들도 홍찍문'유찍문을 얘기하면서 안철수 후보를 찍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TK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기자가 학교에서 배운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찾는 것인데 TK는 정녕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가? TK는 정말 등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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