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오점이었던 것은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일어난 이른바 왕따 논란이었다. 사람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정하고 일방적으로 비난을 하지만 전후의 과정과 인터뷰들을 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학교들이 처해 있는 '특별'과 '차별'의 문제와 많이 겹쳐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따 피해자라고 이야기되는 노선영 선수는 올림픽 전에 연맹에서 메달권에 있는 특정 선수들만 '특별' 관리한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이 폭로는 선수들 간 불화의 근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별'하다는 것은 능력이 아주 뛰어나거나 아주 못하거나 해서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이다. 특별한 사람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맞춤형 대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일부는 자기도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은 부당함, 불공정의 의미가 담겨 있는 '차별'이라는 말로 쉽게 대체가 된다. 경기에서 차별로 인해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차별의 수혜자들이 그 책임을 차별의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터뷰를 보았기 때문에 대중들은 분노한 것이다.
그러나 빙상연맹이 특정 선수들을 특별 관리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지금 학교들이 처한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다. 고등학교들은 지역 사회, 동창회, 학부모들로부터 더 나은 입시 실적을 요구받고 있다. 이때의 입시 실적은 상위권 대학의 합격자 수이다. 하위권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서 중간 정도 대학을 보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대단한 일이기는 해도 메달을 못 따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빙상에서 메달권에 있는 선수들을 특별 관리해서 실적을 내려 하듯, 입시 실적이 우수한 고등학교들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서 야간에 자습을 시키는 특별반을 운영한다. 특별반을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특별반 편성이 실력에 따라 이루어지는 만큼 학교가 처해 있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비난하기도 어렵다.
스포츠계나 교육계에서 진짜 문제는 특별 대우와 차별이 실력과 상관이 없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빙상의 경우 선수 생활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선수 부모들은 투자한 만큼의 보상을 얻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승자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반칙이 난무했었다. 특히 작전과 심판의 영향이 큰 종목에서는 실력 없는 선수를 위해 실력 있는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부끄러운 일들도 있었다. 이것도 잘살고 엄마가 학교에 자주 오는 아이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던 교육계의 어두운 시절과 겹쳐진다. 우리 사회가 분노해야 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는 자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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