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구 중구 동성로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이모(24) 씨는 얼마 전 날아온 요금청구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본 적도 없는 태블릿PC가 이 씨 명의로 개통돼 있었고, 갖가지 모바일게임 소액결제로 100만원에 가까운 요금이 나왔던 것이다. 대리점으로 연락한 이 씨에게 한 직원은 "모바일 스토어 결제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그런 것 같다. 곧 해결해주겠다"고 답했고, 이 씨는 그 말만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올 1월과 지난달에도 비슷한 금액의 요금이 나오자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대리점 직원 A씨가 이 씨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태블릿PC를 개통한 뒤 소액결제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에게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 중 현재 6명이 진정서를 접수했고 피해금액만 1천만원에 달한다"며 "추가로 4명이 진정서를 접수할 예정이고, 도용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피해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무심코 건네는 개인정보가 악용돼 피해를 입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휴대전화 명의도용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의도용 신고는 7만9천123건으로 연 평균 1만5천824건에 이르렀다. 피해금액은 모두 86억원으로 매년 17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피해를 입더라도 보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고를 낸 직원이 종적을 감춰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해당 대리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 씨는 A씨와 해당 대리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해당 대리점 관계자는 "A씨는 지난 1월 중순 가게를 그만뒀으며, 아직 법원 판결 등 귀책사항에 대한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보상 여부 등을 말해 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해당 통신사 관계자는 "명의도용이 확인되면 고객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 뒤 내규에 따라 대리점 측에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신업계는 대리점들의 허술한 직원 채용 방식과 통신사의 과도한 판매촉진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대리점의 경우 직원 근무기간이 짧은데다 직원이 작정하고 '사고'를 치면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며 "통신사는 직원 사고가 발생하면 대리점에 변상액만큼 채권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손해를 피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가 지급하는 판매촉진 지원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대리점 측이 기존 고객의 정보를 이용해 몰래 개통한 뒤 해지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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