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자는 시유지 활용 방안 없나] '만약'의 국책사업 바라며 수십년…주민 의견도 들어봐야

사진. 정운철 기자
사진. 정운철 기자

대구 도심에 장기간 방치된 시유지들은 쓰임새를 갖지 못하고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도심 내 노른자위에 자리 잡은 땅들이 공터로 남겨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 계획이 취소되거나 미뤄진 후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라고 주민들은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언제 이뤄질지 모를 '만약'을 위해 함부로 개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 얼마나 기다리나"

지난 2009년 가동이 정지된 달서구 두류동 두류정수장은 달구벌대로와 도시철도 2호선과 가까워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15만8천807㎡라는 거대한 터에 수질연구소와 두류가압장 등 수도시설을 제외한 13만5천여㎡가 10년째 활용 방안만 기다리고 있다.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그동안 대구기상지청 터를 비롯해 이우환 미술관, 대규모 도심 공원, 국립한국문학관, 대구시청 이전 등 다양한 개발안이 검토됐지만 마땅한 활용 방안은 아직 없는 상태다. 대구시도 수차례 두류정수장 이전터 활용 방안 연구용역을 맡겼지만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거나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해 말 대구경북연구원에 이전터 활용 연구용역을 재차 의뢰하고, 전체 부지 중 5만㎡를 주민 휴식공간으로 임시 개방한 상태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두류정수장 터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근 감삼동 주민들은 대형 주차장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곳 상인 최모(60) 씨는 "주변에 낡은 주택가가 많아 도로변과 상가 앞에 불법 주차가 심각하다. 정수장 부지 일부에라도 주차장을 설치해 달라"고 했다. 두류'감삼'성당동 주민 80여 명은 '두류정수장발전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이곳 부지를 이월드와 연계한 관광명소로 조성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물 건너간 성서'강북행정타운

성서행정타운과 강북구청 터는 모두 행정구역 신설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쓸모를 잃었다. 달서구 이곡동 행정타운 예정부지(2만3천여㎡)는 지난 1990년 대구시가 공공청사 부지로 지정한 이후 3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원래 이곳은 달서구의 분구 가능성을 고려해 '성서구청'(가칭) 터로 예정돼 있었다. 주변에는 성서경찰서와 성서우체국, 대한지적공사 대구경북본부 등도 들어섰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함께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분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달서구 대곡지구에 대구정부종합청사까지 들어서면서 행정타운은 거의 무산된 상태다. 현재 이곳에는 차량등록사업소 서부민원분소와 도시철도 2호선 환승주차장, 대구수목원 양묘사업장이 임시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이 일대를 용도 변경해 성서산업단지와 연계한 연구 및 상업'관광시설을 들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구 구암동 행정타운 예정부지(1만8천244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구의 분구를 고려해 강북경찰서와 북대구우체국이 들어섰고, '강북구청'(가칭)도 지으려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재 이곳 일부는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버스 차고지로 임차해 사용 중이고, 일부는 북구청이 임시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 숙원 사업들도 감감

개발 계획이 확정됐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는 곳들도 있다. 동구 도학동 정부 제3통합전산센터 터(8만1천㎡)는 당초 건립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지며 공터로 방치됐다. 정부 통합전산센터는 전국 행정'공공기관 서버와 저장소, 네트워크, 보안장비를 통합 운영'관리하는 곳이다. 정부는 대전과 광주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오는 2020년 5월까지 이곳에 통합전산센터를 짓기로 했지만 완공 시기가 1년 6개월가량 밀렸다. 지난 2016년 설계'공사를 턴키로 발주했지만 '각종 ICT 설비를 설치하려면 공사비용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입찰을 꺼리면서 3차례나 유찰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설계와 공사를 분리 발주하면서 지난해 8월에야 시공업체를 선정했다.

달서구 유천동 도시철도 1호선 월배차량기지(14만9천㎡)도 대규모 이전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5년까지 동구 안심차량기지나 달성군 설화명곡역 주변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차량기지 이전터에 도시철도 기술연구소와 공원, 공공'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 "개발 가능성 큰 중요 부지, 신중해야"

대구시는 유휴 시유지들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커서 섣불리 개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령 두류정수장의 경우 일부라도 주차장으로 활용했다가 주차장 구역을 회수하지 못하면 대규모 국책기관 유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서'강북구청 터는 대구시나 북구'달서구가 사용 계획을 제시하면 허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대구소방안전본부가 강북구청 터 일부에 강북소방서(가칭)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타진해 왔다. 현재 시내버스 차고지로 쓰는 8천㎡ 부지의 임대 계약이 내년 말에 끝나는 데다 강북지역의 소방 수요도 커져 소방서 건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시유지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유지는 대구시 재산관리 부서가 각 부지 목록만 보유했을 뿐 각각의 활용 목적'가능성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업무 영역이 다른 각 부서가 제각각 활용 방안을 찾느라 도시계획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학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시유지도 공적 재산인 만큼 섣불리 용처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구시는 주민과 의회, 전문가 의견을 고루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개발 방안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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