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의 퀘벡주는 '리틀 프랑스'로 불릴 만큼 불어의 영향력이 영어를 훨씬 앞서는 지역이다. 캐나다 13개 주 가운데 영어가 소수 언어인 지역은 퀘벡이 유일하다. 16세기 식민지 개척 당시 프랑스령으로 처음 선포한 역사적 배경도 그렇지만 1977년 불어의 공용어 결정은 퀘벡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잘 반영한다.
주도 퀘벡시와 몬트리올 등 인구 800여만 명의 퀘벡주는 이따금 '퀘벡 독립' 목소리도 강하게 표출된다. '오래된 수도'로 불려온 퀘벡과 퀘벡인의 자존심이 분리 독립 움직임의 원동력이다.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총리에 이어 2015년 총리에 선출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프랑스계라는 사실도 퀘벡의 정치적 비중을 말해준다.
퀘벡은 북미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의 결정체인 협동조합이 3천여 개다. 조합원 수가 무려 880만 명으로 이는 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협동조합에 가입한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약 8만 개, 연간 매출액도 약 180억달러다. 퀘벡주 전체 경제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10%에 이를 정도다.
최근 퀘벡주의 의료인모임이 주정부의 의사 월급 인상안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퀘벡 전문의료인연합회와 주정부가 전문의 1만 명의 임금을 2023년까지 매년 1.4%씩 올리기로 합의하자 "이미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며 의사들 스스로 "내 월급을 깎으라"며 온라인 청원에 나선 것이다. 퀘벡주 의사의 평균 연봉은 3억원이 훨씬 넘는다. 매년 월급이 오르면 간호사'사무직 임금이 삭감돼 자칫 공공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원 이유다. 사회적 경제를 중시하는 퀘벡인 다운 발상이다.
이 같은 청원은 "내 퇴직금이 너무 많다"며 퇴직금 전액 반환 소송을 낸 유특한 유유제약 회장(1999년 작고)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기상천외한 이 다툼은 1969년 유한양행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을 두고 유일한 유한양행 설립자를 상대로 동생이 제기한 형제간 소송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내 주머니보다 공정한 재분배나 동료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사회적 경제, 대안 경제에 주목하는 퀘벡인의 양심과 연대(連帶) 의식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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