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임할지 안 할지를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경질설을 일축하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그동안 장관직 수행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던 틸러슨 장관이 13일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1년여 미국 외교수장 직에 마침표를 찍고 퇴장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 입장에선 아프리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깜짝 발표'로 세계를 놀라게 한 지 5일 만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주무장관을 전격 경질함으로써 또다시 전 세계 외교가에 충격파를 안긴 셈이 됐다.
이를 두고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남긴 유행어 "넌 해고야"(You're fired) 방식의 해임이 현실에서 실제상황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는 시점에 주무장관을 경질한 '타이밍'도 그렇지만, 당사자에게 통보하기에 앞서 트위터로 경질 소식을 알린 '방식' 면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괴짜다운 트럼프 스타일이 발휘됐다는 점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지난 10일 새벽 2시께, 케냐 나이로비의 호텔 방에서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존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켈리 비서실장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틸러슨 장관에게 '주말 사이 다소 모욕적인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올 수 있으니, 알고 있어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CNN은 켈리 비서실장이 케냐에 있는 틸러슨 장관에게 전화한 시점은 대북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엇박자가 다시 노출됐을 무렵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지만, 불과 몇 시간 전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다소 엇갈리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그때까지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켈리 비서실장이 '애써 온화한 말투로' 경고해 준 '모욕적인 트윗'이 무엇을 뜻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틸러슨 장관이 12일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13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해 4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트윗'을 보고서야 자신이 잘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장을 받은 꼴이 됐으며, 그마저도 경질 사유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명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차관마저 곧바로 파면됐다.
오후 2시를 넘겨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 기자회견에 나선 틸러슨 장관은 이날 정오가 좀 지나서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경질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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