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엔터테인먼트

나는 2년제 대학 엔터테인먼트과에서 강의를 한다. 매니지먼트와 공연기획 등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신입생은 많은 부분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해당 과에서 수시면접을 볼 때, 꼭 나를 부른다. 여러 면접관 중에서 압박면접을 가장 잘 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제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엔터테인먼트의 뜻'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답하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과에 지원했는데도 말이다. 그 와중에 가장 쉽게 하는 대답이 '연예기획사 아니냐'고 한다.

엔터테인먼트의 사전적인 뜻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활동' 쉽게 말해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뜻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한다. 이 과에 지원한 이유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아니냐고. 그럼 학생들은 조금 감동한다.

내가 대표로 있는 '비아트리오'는 클래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적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클래테인먼트는 '클래식+엔터테인먼트'를 합쳐놓은 신조어이다. 클래식은 보수적이고, 재미없다. 흔한 오해들이다.

사실 클래식은 전통을 지켜 계승하는 측면이 많지만 처음 생겨났을 때는 가장 핫한 엔터테인먼트였다. 지금 재미없게 느껴지는 건, 너무 유행이 지나서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클래식은 즐기기 위해 소비되기보단 교양과 입시를 위해 대다수 사용되게 된다.

클래테인먼트는 '클래식을 지금 시대에 맞게 즐기게 하자'라는 모토로 만들어졌다. 클래식의 위대한 유산인 악기와 테크닉들을 사용해, 지금의 음악들에 풍성한 질감을 입히는 것이다. 이 실험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이 수년 동안 매진되고 있다. 매진이 된다는 것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연이 재밌다는 증거일 것이다. 재밌다는 건, 어렵지 않고 이해와 공감이 된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모든 공연 콘텐츠 최고의 리뷰는 "정말 재밌다 또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라는 평일 것이다. 이젠 클래식과 국악까지도 관객들에게 이 평을 받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긍정적이다. 관객이 공연을 즐기기 위해 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 관객석에 앉아서도 교양 부족을 들킬까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박수 한 번 시원히 쳐보지 못한다면 관람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 된다.

사실 관객이 공연을 즐겁게 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관객이 공연을 재밌게 보도록 공부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클래식과 국악이 부흥하려면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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