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쯤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 출마자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데 아느냐"고 물어왔다. 들은 바 없다고 하니 "이미 참고인 조사까지 마치고 곧 소환된다고 한다"며 '그런 것도 모르느냐'는 핀잔과 함께 서둘러 진위를 파악해보라는 무언의 독촉이 더해졌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문이었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그게 사실이냐?"는 물음이 많아지고 있다. 누군가 꺼낸 말이 입으로 또는 글로 전달되고, 그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하나둘 다른 말들이 보태져 나중에는 그 실체마저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는 너무 엉뚱해서 웃어넘기는 것도 있지만 교묘하게 각색돼 마치 진짜인 것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도 있다.
듣고 모른 척할 수 없으니 선거철이면 넘쳐나는 마타도어들 속에서 건전한 의혹을 가려 쫓는 건 정치부 기자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투우 경기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따도르'(matador)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마타도어는 근거 없는 사실로 모략하는 흑색선전의 의미로 정치권 용어가 됐다. 결정적인 순간, 투우사가 빨간 망토로 소를 홀린 뒤 망토에 감춘 칼로 소를 죽이는 이 행위가 마치 선거판 흑색선전과 닮았다 하여 따온 듯한데 1960년대부터 선거철만 되면 등장했다고 한다.
선거 역사와 궤를 같이할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건 그것이 지닌 위력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그럴듯한 마타도어 한 방이면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정치꾼'들이 더러 목격된다. '선거전략통'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허물에 더 관심을 둔다. 그래서 상대 후보의 족보부터 가족관계, 걸어온 길을 샅샅이 살펴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 선거판에서 매우 중시되고, 또 그것을 잘하는 이가 인정을 받는다"고 했다.
당하는 쪽은 물론 곤혹스럽다. 금쪽같은 시간을 해명하는 데에 쏟아붓지만 긁힌 흠집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허위임을 밝혀내니 선거가 끝나 있더라." 이 정도면 치명적이다.
미투 운동의 확산은 선출직에 대한 엄격한 자질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후보 검증의 기회를 앗아갈 뿐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남은 선거기간 페어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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