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봄이다. 눈을 돌려보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등 봄꽃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은 겨울을 지나야만 맞이할 수 있다는 평범한 자연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겨울 포항은 참으로 힘든 계절을 견뎌야만 했다. 느닷없이 닥친 지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지, 현실에서 맞닥뜨릴 거라곤 꿈에서조차 생각 못했다. 그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아주 끔찍하게.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지난 2월 11일 여진까지 포항시민들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다. 본진과 여진에 따른 피해신고만 해도 무려 8만여 건에 달한다. 포항시민 대다수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고려한다면 52만 포항시민 모두가 지진 피해당사자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셈이다. 주택을 비롯한 모든 건물들도 100여 차례에 달하는 여진으로 말미암아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지, 속으로는 속칭 골병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포항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항시민들은 이제는 두 번 다시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이전 지진을 겪으면서 느낀 문제는 결국 '보상'이다. 피해를 보았으니 당연히 보상이 뒤따라야겠지만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이다 보니 보상기준이 모호했다. 더구나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지진 피해여서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당혹스럽고 허둥대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첫 보상에서는 신고만 해도 보상금과 위로금이 지급되는 지경에 달해 미처 신고를 하지 못한 시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학습 효과일까. 두 번째 여진 이후 피해신고는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일단 신고부터 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 포항시는 이러한 신고 남발을 막고자 처음과 달리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 그 결과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선거용이라는 비방도 나돌았다. 돈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준 사례였다.
여기에는 정부의 퍼주기 지원도 한몫했다. 대학생 자녀 1년 등록금 지원이라는 파격 혜택은 시민들의 신고를 남발하게 했다. 정부가 이러니 포항시도 방법이 없었다. 전파와 반파 같은 심각한 피해는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겠지만, 소파의 경우 돈으로 퍼주기보다는 시민들이 공감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하고 싶다. 전기료나 상하수도료 등을 일정기간 감면해 준다든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료비 지원 등의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시민 갈등도 막고 퍼주기라는 포퓰리즘 논란에서도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정부도 명확한 피해보상 기준을 마련해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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