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의 경마공원이 될 것이라던 '렛츠런파크 영천'(영천 경마공원)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한국마사회는 영천시 금호읍에 테마공원을 조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경마장만 소규모로 짓기로 했다. 2009년 유치 결정 이후 지금까지 사업 추진에 손 놓고 있다가 겨우 경마장 흉내만 내겠다는 의미다.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전형으로, 경북도민과 영천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마사회는 8년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경마공원 조성을 미뤄오다 올 초 김낙순 마사회장이 취임하면서 수익성을 이유로 1단계 사업을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 사업은 1천992억원을 투입해 경마장과 관련 시설을 소규모로 짓는 것이다. 관람대 5천 명, 경주로 1면, 주차장 1천 면 등으로 사업 규모를 당초보다 3, 4분의 1로 줄이고, 경기 수도 12개월 672경주에서 2개월 136경주로 감축했다. '무늬만 경마장'이란 뜻이니 기가 막힌다.
마사회가 이런 자세를 보이는데도, 경북도'영천시는 경마공원 조성에 이미 거액을 쏟아부었다. 부지 매입비 480억원, 진입도로 개설비 456억원은 물론이고, 이주단지 조성비, 문화재 발굴조사비까지 부담하면서 모두 1천37억원을 썼다. 이 정도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놓고 테마공원은 고사하고 소규모 경마장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마사회도 나름의 변명거리는 있다. 경북도'영천시가 유치 당시 30년간 레저세 50%(1천억원 상당)를 감면해주기로 하고는, 관련 법규로 인해 이를 지킬 수 없어 수익성 측면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마사회가 부산경마장 개장 시 레저세 감면을 3년 반만 받은 전례를 볼 때, 영천시에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이 많다. 레저세 문제는 해결하기 요원한 상황인데도, 마사회가 수익성만 앞세워 경북도민과 영천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4년에 완공돼야 했고, 지금도 1단계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점을 고려하면 마사회의 무성의와 태만은 두고두고 욕먹어 마땅하다. 경북도'영천시는 마사회를 설득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 이르게 했으니 크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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