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협상과 '광자진취'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北美 협상 분명한 건 '단언할 수 없다'

양측 정상 예측불허 인물이기 때문

고착된 상황 돌파구 마련될 가능성

북미 행보 섣부른 판단 하지 말아야

지금 청와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북미 협상의 과정에서 이상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에 대해 혼란스러운 언급을 하고 있고 백악관에서는 강경 메시지와 더불어 대량살상무기 등 추가 의제가 제기되었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2차 정상회담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북미 협상에서 운전수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로서는 머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초부터 '운전수'론은 무모한 것이었다. 북미 사이에 대한민국이 낄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행보를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분분하지만 공통된 점은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미 협상의 두 주역은 예측불허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하는 북미 협상이 맡겨져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불안해한다. 그렇지만 거꾸로 그들의 럭비공 행보로 말미암아 한반도에 고착화된 냉전의 마지막 장이 찢겨나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중용을 실천하는 사람이 없다면 광자(狂者), 즉 미친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광자진취'(狂者進取), 즉 미친 사람은 과감하게 나아가 얻어내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전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실천 능력이 필요했다.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자기 이익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좌고우면하면서 상황에 얽매이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민의를 모아 실천하는 사람을 동양에서는 '성인'이라고 부르지만 성인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온갖 문제가 쌓였는데도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제멋대로 행동하는 광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한반도의 운명을 거머쥐고 있는 이 시대의 광자들에게는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주어진 것 같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쓰든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켜 낼 것이고 김 위원장도 어떻게든 북한 체제를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무자비하고 난폭한 선택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고착된 상황이 타개될 수도 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광자의 방식으로라도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이달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광자진취'의 희망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에 대해 속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광자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이나 선입견은 오류로 귀결된다. 특히나 이견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광자를 신뢰하거나 존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오직 내 할 바와 내 할 말만을 담담하게 개진하는 것이 '광자진취'를 기대하는 사람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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